토마토의 붉음 /마누셰르 엑타이

Ekphrasis

by 완연한 봄
Manoucher Yektai Tomato Plant, 1959.png

Tomato Plant (Manoucher Yektai, 1959)

토마토

완연한 봄


그렇게 짓무른 토마토와

내 심장의 고동은

같은 색을 입었다.


무르익은 표면을 가르고

터져 나온 시큼한 맛,

살과 살 사이를 미끄러지며

제 자리를 잃은 붉음.


화면에는 식물의 이름이 걸려 있지만

실은 물감이 먼저 자라고

붓은 잎맥 대신

압력의 방향을 세운다.


나는 그 두꺼운 살결 앞에서

무엇을 ‘토마토’라 불러야 하나

물끄러미 바라본다.


검붉은 결이 번지는 쪽으로

나의 심장을 옮겨 심는다.


한 번의 박동마다

안쪽이 조금씩 멍들고

익숙한 윤곽은 흐물흐물해지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무너진 것들은

향이 더 달다.


그러므로

짓무른 붉음은

끝이 아니라

살아 있음이

밖으로 새어 나가는 방식.


나는 오늘도

가장 부드러운 과육을 택해

내 심장을

그 식물의 색으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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