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이모전 커닝햄

Ekphrasis

by 완연한 봄

Magnolia Blossom (Imogen Cunningham, 1925)


꽃 진 자리마다 잎 돋듯

완연한 봄


놓고 끝낸 어느 저녁

깃을 여미며 잔뜩 웅크린 몸을

점퍼 안에 구겨 넣었다


눈 감기만을 바라던 골목 어귀

무명의 가지 끝 망울 하나—

툭, 무심히도 트여


애닯지도 고닯지도 않던 내 속이

저문 목련처럼 뭉크러졌다


불현듯 떠오른 봄의 잔상에

다큐멘터리 속 빙하처럼

비산하듯 함락된 순간이다


상실의 틈을 덧댄 건 결국

너의 단추를 꿰던 내 손이었고


출(出)과 몰(沒)은

한 줄 수평선 위에 나란하니


같은 행 위에 나란히 설

나와 너

작가의 이전글[시] 난(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