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튤립 /앙드레 케르테츠

Ekphrasis

by 완연한 봄
Melancholic Tulip, 1939.png

Melancholic Tulip (André Kertész, 1939)

꽃, 이운 계절

완연한 봄


여름을 품은 달뜬 바람에

마른 잎 나부끼고

응달의 서늘함에 기대

가을이 잠시 숨을 고르네


한철 지날 때

못다 이룬 것과

못다 지운 것을 남긴 채

다시는 아니 올 듯

돌아서지만


가나

아주 가지 못하고

오나

아주 오지 못하니—


여름

곧 질 꽃망울을 틔워 내며

문간을 서성이네


서투르고 모진 계절, 가을

모든 위험을 비켜선 듯

앞지르던 행운도 결국

스러질 여름을 닮았네


티끌만 한 의심도 없이

흐드러지는 무모함

향 한 줌 쥐어 주지 못한

낯선 체온의 바람


남겨진 것은

이별과 낙하일 뿐


부디

너무 추위(推委)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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