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잔병 /조지 N. 바너드

Ekphrasis

by 완연한 봄

Destruction of Hood’s Ordnance Train (George N. Barnard, 1864)


남겨진 것들에 대하여

완연한 봄


당신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무심한 눈과

툭 불거진 손 마디 마디

다정히 나무라던 말투 같은 것들을


조금 다른 지금을 그리며

스스럼없이 낭비하던 오늘과

어리고 천진했던 매일을 말이에요


우리가 우리이기를 바라던 밤들이 지고

맨바닥과 낯선 것들을 마주하며

가는 곳마다 폐허를 남기던 우리는


무너지면 무너뜨리는 도미노처럼

서로를 함락하고 함락당하며

패잔병처럼 버텨 왔어요


그렇게

할퀴듯 들어선 부재가

지지 않는 얼룩처럼 늘 나와 함께했지만


나는 지금 걸어온 만큼

당신과 멀어졌어요


멀리서 바라본 흐린 기억 속에

당신을 쓸쓸히 남겨둔 게 아니에요

나는 얼룩진 당신을 끌어안고

오늘도 내 몫의 오늘을 살아요


나는 당신을 몹시 사랑했어요

그리고 고마워요

헤어진 채로도

곁에 있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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