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장수 /디에고 리베라

Ekphrasis

by 완연한 봄

The Flower Carrier (Diego Rivera ,1935)


봄을 꺾어 두며

완연한 봄


온 사방이 갓 틔운 생에 포위되어 있다

피할 곳 없이 들어선 매복의 한가운데

나는 가위 하나를 들고

흐드러진 봄을 조금씩 분절한다


창틀의 먼지와 벽돌 틈새를 비집고

기어이 터져 나온 생의 아우성들

그 목을 비정하게 분지르는 일은

가장 화창한 살육이자

가장 다정한 구원이 되리


차디찬 냉기 속 투명한 유배지에 갇혀

제 생의 가장 눈부신 정점에서 멈춘 것들

누군가 밟고 지난 위, 내 마음에 이르기까지

어디를 둘러봐도 형형색색의 포위망


갓 틔운 생을 꺾는 일은 모질어도

가을과 겨울, 시든 마음에 건네는 헌화란

가장 찬란한 것에 기대는 수밖에


언젠가 숨 막힐 만큼 추운 날

텅 빈 손으로 주머니만 뒤적일 때

꺼내 볼 수 있도록 봄을 곁에 두며


나는 오늘도 조금 낭비하듯 조금은 저축하듯

먼 계절 어느 시린 손끝을 위하여

봄의 저수지에 체온을 녹여 둔다


작가의 이전글노란진심 /엘스워스 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