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kphrasis
Flowers (Henri Matisse,1907)
꽃으로 보낸 위로
완연한 봄
누군가 ‘꽃 같은 하루 되라’는 메모와
작은 꽃다발을 건네며 우중충한 마음을
살살 달래 주려 할 때가 있다
창백한 쇼핑백을 열면 네 곁에 머물던 향기가 흘러들고
내 오늘과는 어울리지 않는 선명한 색들이
거실 한가운데를 환하게 점령한다
기분이 나아져야만 할 것 같은 묘한 부채감에
괜히 꽃병을 다시 닦고 물을 갈아주며
손끝으로 꽃대의 상처를 더듬는다
제 색을 다해 피어난 것들은
겨울로 저물어 가기 전 마지막 소풍을 나온 것일까
저토록 선명한 건 위로라기보다
끝을 앞둔 생이 보내는 처연한 아름다움일지도
그러니 나는 아직 잿빛에 머문게 아니라
저물기 위한 그 정점에 가 닿지 않은 것뿐이라고
이 우중충한 마음 곁에
그냥 꽃 한 송이를 툭하고 살짝 내려두었다
오늘 내가 꽃 같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듯한
조용한 꽃병과 내려놓은 꽃 한송이
나는 그 옆에 내 마음을 포개어 두고
굳이 웃지 않아도 되는 얼굴로 천천히 하루를 건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