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ouched

by 릿다


얼깃설깃 이어 붙인 나무판자 강나루에 걸터앉아, 시월의 뜨거운 볕을 고스란히 받아낸다. 아라시야마에 오면 꼭 마셔야 한다는 1% 커피를 손에 쥔 채, 강물에 닿은 발끝을 가볍게 흔들어 본다. 물결이 발등을 스칠 듯 지나갈 때, 햇볕과 강물, 그리고 내가 잠시 하나로 녹아든다.


그때 관광객을 태운 조각배가 스치듯 다가온다. 사공은 힐끗 내 쪽을 살피며 불안한 눈빛을 보낸다. 강물은 얕고 흐름도 잔잔해 누구 하나 휩쓸릴 일은 없을 텐데도, 그는 노를 옆으로 틀어 조심스레 나를 비켜 간다. 마치 내가 거기 있지만, 동시에 없는 사람인 양.


나는 그저 흐르는 물결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한 시간 넘게 줄을 서서 겨우 손에 넣은 커피는 아직도 untouched, 뜨거움을 품은 채 손끝에서만 맴돈다. 이상한 건 나일까. 사실은 그냥 조금 더 식히고 있는 중일 뿐인데.


세월에 물든 조각배와 묵묵히 노를 젓는 사공은 어느 순간 흐르는 강의 한 조각이 된다. 그 모습에 마음이 붙들려 해가 저물고 달이 떠오를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강물은 마치 흘러가는 시간이자, 그 시간에 실려 흘러가는 나 자신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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