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읽은 『모모』에는 시간을 낭비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이발사가 나온다.
검은 양복, 검은 서류가방, 시간 계산원들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그가 허비한 시간을 한 줄도 빠짐없이 적어 내려간다.
시간은 죄가 되고
죄는 숫자가 된다.
요즘 나는
그 계산원들이 내가 잠시 머무는 이 일터로 걸어 들어와 나와 눈이 마주칠 것만 같아 가끔 오싹해진다.
같이 일하는 동료는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버티는 거요. 이거 정말 힘들어요. 그것도 7년이나...”
그는 창문가 자리에 앉아 있다.
앉아 있어야 해서 앉아 있는 자리.
일은 없고
시간만 있는 자리.
프리랜서로 이런저런 일을 해왔다.
법과 윤리, 도덕을 넘지 않는 선에서.
그러나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존재만 하라는 일은
처음이다.
이곳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대신 쌓인다.
먼지처럼.
그래서인지 당혹스럽다.
조금은.
그래도 보수는 준다.
매달.
형편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