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돌아오면 안 돼-“
나는 그렇게 말하며, 여섯 해를 키운 나의 풍뎅이와 단 십육 분 만에 이별했다. 죽어서도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나의 작은 생명은 그렇게 떠나버렸다.
나의 큐브위성, 풍뎅이가 마침내 지구를 떠났다.
발사체의 엔진이 붉은 화염을 토해내며 발사장을 태울 듯 솟구쳤다. 거대한 불꽃 속에서 작디작은 풍뎅이는 하늘 위로 밀려 올라갔다.
대기를 벗어나기도 전에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1단이 떨어져 나갔고, 지구 궤도에 다다르자 2단과 3단 로켓이 차례로 분리되었다. 그 모습은 마치 껍질을 벗고 날아오르는 곤충처럼 날렵했다.
나는 숨 쉬는 것도 잊은 채 입을 벌리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풍뎅이가 아니라, 내 심장이 저 위로 빨려 올라가는 것만 같았다.
불과 십오 분 남짓한 비행 끝에 위성은 지구 궤도에 안착했다. 페어링이 열리자 내부에 실려 있던 큐브위성이 마치 물 위를 미끄러지듯 우주로 사출되었다.
작은 몸이 우주 속을 헤엄치듯 떠오르더니 태양전지를 펼쳤다. 그리고 천천히 지구를 선회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잘 길들여진 한 마리 풍뎅기가 처음 날개를 펼쳐 허공을 가르는 순간처럼 보였다.
"날아라, 풍뎅이.”
“더 높이... 더 자유롭게 날아오르렴."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반짝임은 눈을 한 번 깜박일 사이에 지나갔다.
"풍데아-! 어디 가니-, 안 돼!"
하지만 풍뎅이는 우주의 어둠 속으로 미끄러지듯 사라져 버렸다. 나는 한동안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있었을 그 반짝임을 눈으로 더듬듯 찾고 있었다. 레이더도, 지상 추적소의 안테나도, 그 무엇도 더 이상 신호를 붙잡지 못했다.
“와!”
“우리 위성이 궤도에 올랐어!”
“올랐어! 진짜 돌고 있어!”
“봐, 저기-!”
"축하해!"
환호성들이 우주선처럼 내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나 성공한 위성들을 향한 그 기쁨은 오히려 내 어깨를 짓눌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높고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 입에서는 끝내 “축하해요.”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른 위성이 성공한 것은 분명 다행이었지만, 그 기쁨 속에는 내가 잃어버린 것이 분명히 섞여 있었다.
옆에서 동아리 후배 상호가 축 처진 내 어깨를 툭 쳤다.
“선배... 힘내요. 기회는 또 있을 거예요.”
나는 차마 그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한 채 작게 중얼거렸다.
“미안해... 내가 괜한 고집을 부려서.”
상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이번 시험발사체에는 다섯 기의 큐브위성이 실려 있었다. 불행히도 우리 풍뎅이와 또 다른 한 기는 실패했고, 나머지 세 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구 궤도에 안착했다.
KARI 홈페이지에 ‘위성 검증 발사체 큐브위성 모집’ 공모가 떴을 때, 우리는 말 그대로 뛰어올랐다.
그 무렵 상호와 나는 동아리에서 영상 보드를 개조해 큐브위성을 만들고 있었다.
"이건... 우주가 우리한테 주는 기회야."
상호가 신이 나서 중얼거렸다.
"우주 생명체들아, 기다려라. 우리 상호가 간다!"
상호는 웃으며 내 옆구리를 툭 쳤다.
"선배랑 나, 우리잖아.“
그 말 한마디가 우리에게 동지애를 느끼게 했는지, 우리를 움직인 동기부여였는지, 아니면 그저 운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다만 믿기 어려울 만큼 우리의 위성 ‘풍뎅이’가 최종 명단에 올랐다.
세상 다 가진 것 같은 기쁨에 상호와 나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웃었다.
“이건... 다시 오기 힘든 기회야.”
나는 들뜬 마음에 조금 우기듯 말했다.
“풍뎅이에 기상 촬영 카메라랑... 사진 한 장이 담긴 보드도 같이 싣자.”
상호가 곧장 고개를 저었다.
"선배,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자. 위성은 가벼움이 생명이야.“
맞는 말이었다. 무게를 줄이는 것이 곧 기술이었다.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깃털보다 가벼운 사진 한 장이야. 너무 겁먹지 마. 때로는... 무모함이 세상을 바꾸기도 하잖아."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은 용기라기보다 고집에 가까웠다. 그리고 정말로 그 작은 무게가 문제였던 걸까.
발사체에서 분리되는 순간, 풍뎅이는 우주의 어둠 속으로 먼지보다 가볍게 사라져 버렸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들 말하지만, 실패는 대개 그저 우울하고 기분이 더러울 뿐이다. 나는 상호에게 미안했고, 내 고집이 싫어서 며칠 동안 이불을 뒤집어쓴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며칠 뒤, 우울한 마음으로 동아리방을 찾았다. 후배에게 방장을 넘기기 전, 청소도 하고 물품 정리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창문을 열고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있을 때였다.
“지지직... 삐-”
조립해 두었던 미니 세티 위성 수신기에서 갑자기 신호음이 울렸다. 멍하니 주파수 계기를 바라보는 사이, 연결된 모니터가 몇 번 번쩍이더니 화면이 켜졌다.
검고 광활한 우주 위로 별빛이 흩뿌려진 듯한 오로라가 천천히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화면 한가운데, 조선 시대 한복에 갓을 쓴 백인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너무 놀란 나는 회전의자째로 밀려나 쾅 소리를 내며 문 가까이까지 굴러갔다.
“음... 이 소리가 당신들이 쓰는 소리인가요?”
외계인?
나는 가슴을 움켜쥔 채 조심스럽게 다시 모니터 앞으로 다가갔다.
“누... 누구세요?”
남자는 모니터 앞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다가, 갑자기 얼굴을 화면에 바짝 들이밀었다. 마치 이쪽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러더니 그는 아무 예고도 없이 물구나무를 섰다. 나는 눈이 동그래졌다.
“왜,,, 왜 물구나무를 서시는 거죠?”
“아- 물구나무. 거꾸로 서다.”
그는 단어를 하나하나 더듬듯 되뇌더니, 이내 다시 몸을 바로 세웠다. 그리고 모니터를 지긋이 응시했다.
“이게 바로 ‘선’ 거군요. 이렇게 신호가 흐르는 걸 보니, 당신들의 위성과 우리 위성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가라앉히려 몇 번이나 침을 삼킨 뒤 물었다.
“당신은... 누구세요?”
남자는 잠시 눈동자를 굴리다가 대답했다.
“스치는 공간 속에서 이 물건이 떠다니고 있었어요."
그가 손에 쥔 무언가를 가볍게 흔들었다.
“내... 내 큐브위성이요? 그런데... 당신 모습은 지구인 같군요.”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본래 당신들과는 다른 모습이에요. 지금 이 형태는 당신들의 물건 속에 있던... 당신들 말로는 ‘사진’을 참고해 흉내 낸 겁니다.”
순간 떠올랐다. 큐브위성에 넣어 두었던 보드, 그 안에 담긴 경복궁 사진 한 장. 한복을 입은 백인 관광객의 모습까지 함께 찍혀 있던 사진이었다.
이제야 이 낯선 존재의 얼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나는 숨을 고르며 물었다.
“그럼... 당신들은 우리를 알고 있는 건가요?”
남자의 표정이 서서히 진지해졌다.
“당신들의 위성, 그러니까 ‘지구’라는 곳은 지금 우주에 아주 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어요. 그 흔적들이... 솔직히 말하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나는 숨을 고른 뒤 서둘러 물었다.
“당신은 어느 별에서 왔나요? 어느 궤도에서... 우주의 어디에서요? 당신들은 우리를 아는데, 당신들은 어떻게 자신을 알리죠?”
남자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어딘가를 힐끗 바라보고는 서둘러 말했다.
“당신들이 보낸 물건... 곧 소멸될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여기까지군요.”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용히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가 당신들을 알려고 한 건 아니에요. 당신들이 흘려보낸 정보가 우리에게 닿았을 뿐이에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니터 화면이 팍하고 꺼져 버렸다. 이번에는 별빛도, 우주의 어둠도 없이 부팅 전의 검은 화면만 남아 있었다.
나는 한여름 밤,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가슴 한가운데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쉬움만 가득 품은 채.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학원은 내 손에 학위증을 쥐여 주며 이제 그만 사회로 나가라고 등을 떠밀었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뉴스페이스 회사 여기저기에 이력서를 돌렸다. 나를 홍보하는 일에 매달린 나날이었다. 다행히 한 곳에서 1차 서류가 통과됐다. 2차 지원에 필요한 지도교수의 추천서를 받기 위해, 오랜만에 학교를 찾았다.
교수님 연구실에서 추천서를 받아 나온 뒤, 나는 자연스럽게 옆 건물 동아리방으로 향했다. 오랫동안 닫혀 있었는지 문은 삐걱거리며 열렸고, 안쪽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활짝 열자 사월의 햇살이 동아리방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기분이 한결 가벼워져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차를 끓였다.
홀짝, 홀짝-
몇 모금을 마시고 컵을 내려놓자, 상호와 함께 눈을 반짝이며 큐브위성을 만들던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마음이 조금 말랑해졌다.
그때였다. 열린 창으로 작은 풍뎅이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녀석은 내 머리 위를 윙윙거리며 빙글빙글 맴돌더니 찻잔 위로 조심스럽게 내려앉았다.
"봄이구나... 봄에는 나비가 먼저 날아오는 법인데.“
나는 중얼거리며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풍뎅이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조금 더 고개를 숙여 자세히 들여다본 순간-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풍뎅이는 자세히 보아야 겨우 알아볼 만큼, 아주 작은 갓을 쓰고 있었다.
“너... 우주인? 아니, 우주 생물체야? 그때 그... 외계인!"
풍뎅이는 대답하듯 파리처럼 앞다리를 몇 번 비볐다. 그리고 찻잔 가장자리를 천천히 한 바퀴 맴돌더니, 곧장 창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봐! 그냥 가면 어떡해!”
내 외침에도 풍뎅이는 푸른 하늘 속으로 점이 되어 사라졌다. 허탈한 눈길로 찻잔을 내려다보던 순간, 무언가가 반짝였다. 나는 안경을 고쳐 쓰고 다시 들여다보았지만 너무 작아 형체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허둥지둥 공구 상자를 뒤져 확대경을 꺼냈다. 찻잔 바닥에 남아 있는 것은 금가루처럼 빛나는 아주 작은 조각이었다.
가슴이 쿵 하고 울렸다. 나는 핀셋으로 그 조각을 집어 조심스럽게 작은 투명 지퍼백에 담았다.
그리고 봉인해 두었던 박스를 열어 손바닥만 한 ADCS 보드, 자세 제어 보드를 꺼냈다. 태양전지에서 얻은 전력으로 위성의 방향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말 그대로 위성의 심장.
지구 상공 오백 킬로미터를 도는 작은 금속 상자가 우주의 무한한 공간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새 위성의 설계도를 거칠게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호에게 빛의 속도로 문자를 보냈다.
“동아리방이야. 설명은 나중에. 지금 빨리!”
나는 테이프로 봉한 박스를 뜯으며 마치 주문처럼 중얼거렸다.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라도... 이번엔 끝까지 가 보자. 감질나는 대화 말고, 제대로 한번 붙어 보자고.”
결의는 별빛처럼 내 몸 안에서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