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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밤 Apr 30. 2018

FTM 산호 구술생애사 [7]

"FTM으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성기 수술

 

가끔 농담으로 교통사고 나서 응급실에 실려 가는데 “아래가 없는데 위에도 없네” 이러면 어쩌지 그런 얘기해요.(웃음) 수술 전에 알리긴 알려야 돼요. 트랜스 젠더라서 호르몬 맞고 있다고 얘기해야 돼요. 돈만 있으면 성기 수술 할 거 같아요. 또 얼마나 아플지 되게 걱정되죠. 자궁 수술할 때 되게 아팠으니까.


수술이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자기 살을 떼서 모형을 만들어서 붙이거나 아니면 클리토리스를 확대해서 성기를 만들어서 오줌을 뺄 수 있게 만드는 수술이 있어요. 메토 수술이라고 해요. 사진으로 봤는데 엄청 쪼끄매요. 겉에 구조상 보는 걸로도 만족이 안 되고, 단순히 오줌 싸는 거예요. 사람마다 호르몬 맞으면서 클리토리스 사이즈가 달라지는 사람도 있어서 엄청 큰 사람도 있거든요. 성공했다 그러죠.(웃음) 이걸 키우는 기구도 있어요. 그렇게 하면 손가락 한마디 정도로는 될 거예요. 수술비는 재작년에는 3천만 원이라 그랬어요. 자궁 수술보다도 기간이 오래 걸려서 회복하는 데 1년 반 정도 걸린다 그러더라고요. 저는 메토보다는 허벅지 살 떼서 하는 게 나은 거 같아요. 어디 수영장을 가서 벗을래도 모양은 있어야 하니까.


하고는 싶은데 시간과 돈과 아픔이 두렵죠. 부작용도 걱정돼요. 잘못해서 오줌 질질 싸고 다니면 어떡하나. 기저귀 차고 다니면 어떡하나. 실제 이런 사람 얘기는 못 들어봤는데, 협착이 돼서 잘못 됐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어요. 재수술 하려고 해도 돈 받을 거예요. 수술은 잘 됐는데 회복 과정에서 잘못된 거라고 하면서.


오늘 기사를 보고 왔는데 2045년에는 자기 뇌를 통해서 가상현실에서 일을 하고, 잘못된 신체가 있으면 줄기세포를 통해 재생시킬 수 있고. 팔이 잘못 되면 팔을 뗐다가 줄기세포로 다시 붙이고. 그런 기사가 나오더라고. 그런 세상이 오면 고추를 만들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 시대가 오면 남녀 구분이 없어진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원하면 그 성으로 전환이 쉬워지니까 성 구분이 무의미해진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면 내 생식기도 달 수 있는 건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때 되면 나이 늙어서 달아봤자….

 


패싱

 “FTM으로 살면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어요”


수술 전에는 남자 화장실을 못가고 여자 화장실을 갈 때 여자분들 되게 놀라잖아요. 그러면 ‘아, 나를 남자로 봐서 저렇게 놀라시는 구나’ 그래서 되게 미안하면서도 ‘아, 남자로 보네’ 하면서 기뻤어요. 웬만하면 남녀공용 화장실이 있는 데만 가고 여자 화장실은 가기 싫어했는데. 너무 마려울 때는 가는데 여자 분들이 엄청 놀라시죠. 머리도 짧고, 그때는 커트 머리하시는 여자 분들이 많이 없으셨으니까. 근데 남자화장실 가기에는 뭔가 들킬 거 같고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내가 좌변기로 가면 남자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던 거 같아요. 뭐 남자들 사실 뭘 하든 상관없는데, 혼자만 그냥 그런 생각 갖고 있던 거지.


옛날에 일할 때는 찜질방도 가고 그랬거든요, 그럴 때  갈등되죠. 남탕 가도 이상하고, 여탕 가도 이상하고. 그때는 아직 가슴도 달려있고, 고추도 없으니까 그냥 여탕으로 가는데 남자 옷을 줬다 그럼 또 좋아하는 거죠. 나를 남자로 보는구나. 수술 전에는 말만 안하면 사람들이 긴가민가해서 가슴부터 봤어요. 지나가다 얼굴 보면 바로 아래로 눈이 가더라고요. 가슴이 있나 튀어나왔다 안 튀어났나. “남자야? 여자야?” 내기하는 사람도 있고, “거봐 남자잖아”하기도 하고. 가슴 수술하기 전에는 쭈그리고 다녔죠. 브래지어 하는 거 싫어서 안 입었어요. 가슴이 막 큰 편은 아니었어요. 다행히 작은 편이어서. 그래도 수술 전에는 “왜 남자같이 하고 다니냐”는 말 많이 들었죠. 너도 어차피 크면 시집 갈 거란 소리도 들었어요.


수술하고 나서도 가끔 사람들이 긴가민가 쳐다보는 거 같아요. 얼굴이 곱상하게 생겨서 그런 건가. 여자분들 중에도 그런 분들 많은가. 여자인가 남자인가 보는 거 같긴 한데 가슴이 없으니까 그 다음부터는 안 보는 거 같기도 하고. 시선들이 느껴지긴 해요. 좀 유심히 본다든지. 저도 가다보면 레즈비언 부치 같은 분들 보면 저도 무의식적으로 가슴부터 봐요. 주로 아줌마들이 많이 봐요. 왜 보는지는 모르겠어요. 남자인지 여자인지 몰라서 보는 건지, 얼굴이 이상해서 보는 건지. 호르몬 주사 맞고는 많이 줄었죠. 예전에는 말 걸어오는 사람들도 좀 있었어요. “남자에요, 여자에요?”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고. 그럼 또 좋아가지고 “남자에요”(웃음) 이러고. 그러면 또 “거봐, 남자잖아”그러고 가고. 엄청 뚫어지게 쳐다보시는 분도 계셨고. 대부분은 잠깐 보고 가슴 쳐다보고 그냥 가고. 제일 첫 번째가 그건 거 같아요, 가슴. 그거 말고는 패싱 안 되는 데는 거의 없는 거 같아요.


FTM들은 자기가 FTM인 거 숨길라 그래요. 지금 다 패싱이 되면서 살고 있으니까. FTM 분들은 나이 든 분들 찾아보기 어려운데, 수술 하고 나면 일반인처럼 살아가니까 자기가 FTM이었다는 사실도 별로 싫어할 거예요. 그 자체를 뒤집어서 꺼내놓고 얘기하는 거 자체를 싫어할 거예요. 전 뭐.(침묵) 전 그냥 남자가 아니라 FTM인 거 같아요. 이제 남자로는 살 수, 살기는 힘들 거 같고. 생각이 완벽한 남자는 될 수 없겠구나. 이 생각이. FTM으로 살면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뭐 알려져도 이제는 불편해하는 사람은 뭐 불편해 하는 거고. 그러는 거고. 먹고 살고 있으면 되고 내가 FTM이라고 알려져도 뭐 돈 벌고 살면 되는 거니까.


*패싱(passing) : 어떤 사람의 외적 모습이 사회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성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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