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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밤 Mar 16. 2023

동네 스타벅스에 앉아서

동네 스타벅스에 왔습니다. 선물 받은 쿠폰이 생겼거든요. 오전 열한 시쯤 되자 사람들이 밀려들어옵니다. 그중에는 갓난아이와 온 여성도 몇몇 보입니다. 아, 아이 엄마들이 점심시간에 카페에 와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잠시 환기를 하고 가는구나. 처음 알았습니다. 애인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여기 동네 아기들이 많이 오네. 아기들 얼굴만 봐도 행복.”  


그런데 옆자리 남성 분이 갑자기 울분을 터트리며 동행한 여성에게 말합니다. ”아 정말 짜증 나. 확 그냥. 저 꼴 좀 보라고. “ 무슨 일이 벌어졌나 아무리 살펴도 이상한 장면은 없습니다. ”왜 그게 화가 나. 그냥 신경 쓰지 마.“ 동행한 여성이 말리자 남자는 이내 손가락질을 합니다. 그 손이 가리키는 끝을 따라가니 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유모차를 흔드는 여성의 팔이 보입니다. ”그래, OO! 나만 미친놈이지.“ 자신의 분노를 인정받지 못한 남자가 고개를 마구 흔들며 말합니다. 다행히 동행한 여성이 화제를 바꿉니다. 저는 궁금합니다. 그가 화난 이유는 무엇일까. 유모차를 흔드는 걸 보는 게 정신 사나워서? (그는 유모차를 등지고 앉았는데?) 길을 막아서? (통로는 충분히 넓었는데?) 도무지 알 수가 없고, 안다 해도 이해할 자신이 없습니다.


두 사람이 나가자 한 여성이 태어난지 백일도 안 되어 보이는 아기와 함께 옆자리에 앉습니다. 바닥에 입었던 패딩을 깔고 아기를 제 옆에 조심스럽게 눕힙니다. 패딩이 혹시 저한테 피해를 주진 않을까 손으로 부여잡으면서요. ”더 넓게 쓰셔도 괜찮아요. 여기까지 다 쓰세요. “ 카페에서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걸어본 건 처음입니다. 아까 남자분이 생각나서 오버를 좀 했습니다. 옷을 부여잡는 옆자리 여성의 배려와 목소리가 떠나가게 욕을 하던 남성의 무례가 한 시간 안에 저를 훑고 지나갔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온 여성은 샌드위치를 먹자마자 아이를 업고 자리를 떴습니다. 오후 열두 시가 되기도 전에 카페를 찾았던 아기들은 다 빠져나갔습니다. 그 아기들을 데리고 온 여성들도요. 아기를 데리고 와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남성은 왜 없는 걸까요.


옆자리가 비워지고, 카페는 한 칸씩 사이를 두고 앉아 혼자 공부하는 사람들로 채워집니다. 아이를 돌보는 여성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화를 내던 그 남성은 다음에 또 무슨 일로 화를 낼까요. 화를 내는 그를 다시 만난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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