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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별 Oct 29. 2023

사람들은 왜 행복하지 않은가


철학자들은 하나의 논제에 대해, 완전히 다른 주장을 하기도 하고 앞선 주장과 유사하지만 결점을 보완한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나는 정말 최근까지도 행복에 관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기를 반복했다. 많은 철학자들의 행복론에 나를 대입해 보기도, 그 철학자처럼 생각해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억지로 끼워 맞추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쉽지 않았다. 또다시 불안해졌고 쫓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지쳐 가다가, 추천받은 책 <하지 않는 삶>을 통해 우연히 나의 행복론을 그려갈 수 있었다. 그리고 요즘은 행복이라 부를 수 있는 행동과 생각들을 꽤나 즐겁게 실천하고 있다. 지금은 행복하게 사는 것 같다.


가장 여유 넘치는 토요일 주말, 생긴 지 오래되지 않은 도서관에 가서 철학책들이 꽂혀있는 책꽂이 앞에 섰다. 오랜만에 간 건지, 익숙지 않은 책 제목이 여럿 눈에 띄었다. 익숙한 철학자 이름도 보이는 제목들을 위에서부터 찬찬히 살펴보았다. 내 시선이 멈칫하는 구간은 여전히 비슷했다. 취향은 크게 변하지 않으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만화라서 보기도 쉽고 여러 번 빌려갔지만 완독 하지는 못한, 철학만화를 집어 들었다. 책을 빌리며 하루에 한 번은 꼭 책장을 펴보리라, 다짐했다. 정든 그림과 이야기를 오기로라도 꼭 완독 하고 싶다.



오늘 밤, 이 다짐을 실행했다. 책장을 넘기고 읽기 시작했다. 현대 철학자를 소개하는 이 만화의 시작은 역시 공리주의였다. 공부에 있어서는 참 쉬운 이론이지만 내 삶에 있어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공리주의. 특히 공리주의 사상가인 벤담의 양적 공리주의 이론은, 참 뭐랄까.. 그저 놀고먹으려는 사람의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벤담의 행복론을 비웃다가, 갑작스레 이 생각이 들었다.

‘ 아.. 벤담은 정말로 이렇게 믿었겠지? 벤담에겐 그저 쾌락의 양이 높은 상태가 곧 행복이었겠지? 벤담은 진짜로 그렇게 믿은 거겠지? ’


벤담의 시선으로 생각해 보니 행복 정말 가깝다 못해 느낄 수밖에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내용은 공감할 수 없지만 깨달은 점은 있다.

‘ 그렇구나.. 행복은 결국 내 믿음이구나. 내가 무엇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행복은 변하는 거구나. 결국 행복도 믿음이었어. ’



행복은 상대적이기에 척도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각자만의 행복의 척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부족한 점만 채워지면 될 것이라는, 명확하지 않은 척도를 두고 살아간다면 계속해서 갈망밖엔 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발전하고 성장하려는 존재이기에, 부족한 점은 매번 생기니까. 그렇게 채우고 채우고 채우는 삶을 살다 보면 어느 순간엔 현타가 오기도 한다. 다다르지 못할 행복이라는 신기루에 나를 빼앗기는 느낌 말이다. 명확하지 않은 행복의 척도행복을 신기루로 만드는 지도 모르고.



“단순히 많은 사람에게 많은 쾌락을 산출한다면 도덕적인 것이고, 그것이 곧 행복이다!”라고, 당당히 자신의 척도를 내비친 벤담에게서 배울 수 있었다.


나를 이룬 현재에 집중하고
나의 정체성을 인식하는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나에겐 행복이다!

나도 당당하게 나만의 척도를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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