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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별 Nov 03. 2023

칠흑 같은 부담을 마주한다는 것


아무리 여러 번 걸었던 길이어도 어두컴컴한 밤에는 몇 미터 뒤가 잘 보이지 않는다. 오늘 내 마음은 칠흑과 같았다. 원래는 잘했던 것들도 그 칠흑 속에서 너무나 거대해 보였다. 그렇게, 하지 않은 채로 오후 내도록 시간만 축내고 있었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언제 올지 모르는 해가 밝기를 그저 기다리고 있었는데, 가만히 있는 건 도저히 못할 것 같다. 나는 그곳에다 손전등을 비추어야겠다. 커다란 칠흑을 마주해야겠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것들이 정녕 무엇인지 알아야겠다. 어쩌면, 그 칠흑은 아주 검은 길고양이일지도 모르니까. 손전등을 비추면 그 길고양이는 도망쳐버릴 거다. 그리고 나는 익숙한 그 길을 또 아무렇지 않은 듯 걸어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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