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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별 Mar 16. 2023

봄에는 누구라도 한 번쯤 행복해진다





 3월에 접어들자마자 봄이 찾아왔다. 오후에는 얇은 봄코트로도 충분히 지낼만하다. 꽃샘추위도 별나지 않을 정도라 가볍게 넘어갔다. 어제는 두툼한 겨울 이불을 빨아서 널어놓고, 겨울을 함께 보낸 옷들을 세탁소에 맡겼다. 작은 방에는 오후부터 해 질 녘까지 해가 잘 들어 봄이 오면 티타임 자리를 만들 생각이었다. 잘 안 쓰는 의자와 티테이블을 옮겨다 놓고는 앞으로 보낼 포근한 날들을 떠올렸다. 아, 전기장판은 아직 치우지 않았다. 잠은 아직도 따뜻한 이불속에서 자는 게 좋다. 

 정말 봄이 온 거야? 생각할 새도 없이, 

 그래 정말 봄이 왔다.




 이번달은 참혹한 개인사로 매일 두통약을 달고 지냈다. 약을 집어넣으면 곧 다시 꺼낼 일이 사방에서 터져 그냥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최근 본 드라마 주인공이 안정제 중독으로 나오는데, 어째 약통에서 수시로 약을 꺼내는 모습이 나랑 꼭 비슷했다. 중요하게 꼭 해야 하는 일들도 거의 처리하지 못했다. 어떻게 저렇게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정도의 업무만 처리하고, 하루하루 버티면서 지냈다. 이제야 좀 수습이 됐다. 정신을 차려보니 3월 중순이다. 시간이 이렇게 빠를 수가.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의 속도가 빨라진다더니 요즘은 시간이 달리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내 손을 놓고 자기 혼자 먼저 가버리는 것 같다. 봄이 오는 건 기쁘고 성큼 떠나는 세월은 섭섭하다.


 그래도 이맘때는 좋은 점이 더 많다. 새해가 주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첫 번째는 1월 1일, 두 번째는 설날 즈음, 그리고 세 번째는 지금이다. 사계절의 첫 번째 계절이 시작될 테니 올해의 계획을 정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줄게. 분명히 다 잘될 것 같은 신기한 버튼이다. 누르면 초기화,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 봐. 원하는 것들을 지금 처음부터 다시 다 시작할 수 있어. 뻔한 표현이지만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얼어있던 개울이 녹고,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볕을 먹은 이끼가 자라는 일이 너무나 당연하게 주어지는 날들. 이 변하지 않는 흐름을 따라 내 꿈도 몇 개쯤은 순탄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싶어 진다. 그렇게 되는 계절은 언제나 봄이다. 봄에는 누구라도 한 번쯤 행복한 상상을 한다. 이 계절이 가진 가장 멋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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