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레 학원이 최고다
내가 경험한 외국 발레 학원은 말레이시아, 호주, 홍콩, 카타르 정도인데 한국 발레 학원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매트 스트레칭 여부 혹은 그 비중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수업에서 매트를 깔고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몸 곳곳을 늘려주는 스트레칭부터 시작해 바 동작, 센터로 이어지는 한국 학원의 커리큘럼에 비해(한국도 아주 고급반이나 일부 기관 수업은 매트 단계가 생략되기도 한다고 들은 것 같다만 경험해 보진 못했다) 외국 발레 학원은 스트레칭 단계가 없이 바로 바부터 시작하거나, 있어도 한국 같은 정석적인 느낌은 아닌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외국에서 지내는 동안 발레는 계속했어도 스트레칭 연습을 별로 못 했고, 한국에 가게 되면 가장 기대되는 일 중 하나가 제대로 다시 스트레칭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전체적인 수업도 한국이 훨씬 체계적인 느낌이다. 요일과 시간대를 정해 그 시간에 꾸준히 가는 시스템인 한국 학원에 비해 (물론 외국도 그런 형태도 있지만) 쿠폰제로 그날그날 듣는 일회성 수업 제도가 많아 정확하게 클래스 수준에 맞춰 진행하기 어려웠다. 매일 사람이 바뀌고 모두의 수준이 다 다르니까. 큰 학원은 한 클래스에 2-30명 넘는 인원이 들어오기도 하고, 바도 한국처럼 두 단계 봉이 있는 이동식 바가 아닌 벽에 붙은 1단계 바를 쓰는 경우도 많아서 키가 작거나 유연성이 떨어지는 사람은(나) 동작을 따라하기 위해 까치발을 서야했다.
그렇지만 외국 학원에서도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고 쿠폰제 수업은 선생님마다 매번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설명을 들을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호주에서는 현직 댄서로 활동하시는 분들의 생생한 수업을 많이 들을 수 있어 좋았고(근육질 남자 선생님의 멋진 시범만 봐도 좋았던 건 안 비밀), 홍콩에서도 현직 몸매를 유지하시며 공연도 주최하는 등 열정적이며 티칭도 인자하게(?) 잘해주시던 여자 원장님, 수업 도중 몇 번이나 나를 킴!이라 부르며ㅋ 좀 무서웠지만 조금 더 잘할 수 있도록 계속 챙겨주신 선생님 등이 기억에 남는다. 한국보다 핸즈온(몸에 직접 손을 대서 자세를 교정해 주는 것)은 적은 편인 것 같지만 선생님에 따라 달라서 아예 없지는 않다.
외국에 살지 않아도 여행 등으로 잠시 머무를 때 시간 여유가 있다면 근처 학원을 검색해 체험수업이 가능한지 물어볼 수도 있다. 아마 대부분의 학원에서 가능할 것이다. 언어 장벽이 있어도 발레 동작은 결국 비슷하니 기초가 있다면 눈치껏 따라하며 들을 수 있다. 나도 홍콩에서 지낼 때 선생님에 따라 광둥어 위주로 수업하는 경우도 많아 알아들을 수가 없었는데,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그동안 배운 동작에 기반해 따라하곤 했다. 꿀팁은 전수받지 못하더라도 아쉬운대로 운동은 가능하니까. 가격도 한국이나 외국이나 체험수업은 대체로 비슷하게 1회 3만원 전후였다. 아주 물가가 높은 나라에서는 들어보지 않아 모르겠는데 궁금하다.
번외로 옷이나 스트레칭 도구 등 발레 용품을 구매하는 것도 무조건 한국인 것 같다. 한국에서는 발레학원에서 당장 구입해도 괜찮은 천슈즈를 살 수 있지만 외국에선 한국에서 보지도 못한 신축성 없어 보이는 진달래색 천슈즈를 파는 것도 봤고 무엇이든 여러모로 가격이나 디자인, 구매편의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한국도 오프라인 발레용품샵이 일부 도시에만 있는 건 맞지만 그래도 거기를 가든 인터넷 주문을 하든 한국에서 사는게 훨씬 예쁘고 편하고 싸고 빠르다. 나갈 일이 있다면 필요한 물건을 미리 사서 가자. 물론 발레용품뿐이겠나 모든 물건은 한국에서 사는 게 최고다(?)
(시드니에서 발레 수업을 들었던 SDC. 가는 길이 예뻐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