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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이 Jun 26. 2024

건강을 자부하던 나에게 수술이 찾아왔다.

진주종성 중이염이 뭔가요?

나는 꽤나 건강관리에 열심히이다. 특히, 할아버지가 오래 아프셨기에 이런저런 모습을 보며 자란 나에게 건강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 나도 모르게 각인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평소에 먹는 것도 조심해서 먹는 편이고 웬만하면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나에게는 마음만 잘 가꾸면 건강한 인생이 순탄하게 흘러갈 거라 믿었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달고 사는 병이 있었으니, 바로 중이염이다. 수영을 하던 나에게는 중이염은 동반자 같은 병이었다. 꽤나 자주 걸리지만 또 병원을 자주 가면서 관리했다고 믿었다. 너무 자주 흔하게 얻고 잊어버리는 병이라 그런지, 약만 먹고 지내다 보면 나을 거라는 의사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훤 했기 때문에 웬만한 중이염은 이제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염증이 잘 안 낫는 것 같고, 싸한 느낌이 왔다. 


'아, 이건 보통이 아니다!'


중이염에 걸려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귀에서 퀴퀴한 냄새가 날 때가 있다. 그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묘한 중독성 있는 냄새(?)를 조금 즐기긴 했지만, 이건 정말 심각하다는 느낌이 왔다. 냄새가 달랐다. 아 이번주 내에는 이비인후과를 한번 가긴 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음날 회사에 출근해서 일을 보다가 점심때쯤 병원에 다녀온다고 해야겠다 싶었는데, 오전 중에 귀가 너무 가려웠다. 그래서 한번 새끼손가락으로 후볐는데, 귀가 먹먹해지더니 귀에서 피가 주룩 흘렀다. 병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태가 된 것이다. 나는 빠르게 하던 일을 정리하고 잠깐 병원에 다녀오겠다고 말씀드렸다. 거기서 왜?라고는 아무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다녀오라고만 하셨다.


제일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찾아 대기번호에 내 이름을 적어놓고 휴지로 귀를 틀어막고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피는 많이 나지는 않았지만, 귀 안쪽에서 피가 고여서인지 귀가 먹먹했다. 내 차례가 되고 선생님께서 앉아보라 하셨고 귀에서 피가 난다고 하니 후다닥 조치를 취해주셨다.


그리고 한참 안을 보더니,


"간지럽거나 먹먹하거나 하진 않으셨어요?"


물으셨다.


나는 수영을 해서 그런지 꽤 자주 그런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꽤나 심각한 얼굴로 간호사님께 사진을 찍어주라 하셨다. 왼쪽귀(피가 난 쪽 귀)에서 한번 찰칵, 그리고 오른쪽 귀에서 찰칵하시고는 나를 돌아 앉히셨다.


"여기 보시면, 여기 고막 옆에 구멍 보이시죠? 이 구멍이 아마 진주종성 중이염 같거든요?"


진주종성 중이염? 중이염이면 중이염이지 진주종성 중이염은 또 무슨 중이염이란 말이냐. 나는 ㅇ_ㅇ? 이런 표정으로 의사 선생님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선생님은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피부 상피조직에 있는 어쩌고저쩌고... 그 와중의 설명은 잘 들리지 않았다. 결국에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의견만이 내 귓가에 맴돌았다. 동네 병원 의사 선생님께서는 소견서를 써주셨다. 빠른 시일 내로 큰 병원이나 대학 병원을 방문해서 검사받고 수술받으시길 권했다. 


나 같은 쫄보에게 수술이라니. 청천벽력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내 병명을 계속해서 검사해 보기 시작했다. 귀 뒤를 짼다, 고막을 만든다. 인공뼈를 이식하기도 한다. 무시무시한 단어들이 내 검색창에 떠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3일을 스스로 원망하고 또 검색하고를 반복했다.


'수영도 한다는 사람이 뭐 한다고 이비인후과를 안 가서! 제때제때 가서 치료 좀 받고 그러지 그랬어!' 


스스로를 원망도 하고 그래도 아닐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며 희망회로를 돌려보기도 했다.


그렇게 좌절감과 공포감 그리고 희망감이 뒤섞인 채로 병원에 다녀온 지 3일째 아침 해가 밝았다. 그날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 그래도 괜찮고 유명하다는 대학병원 이비인후과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네, 예약을 좀 하려고요."


그래도 충분히 무서운 글들을 많이 봤기 때문일까, 예약을 해서 검사를 받지 않는 이상 이 병이 낫지도 않고 나의 불안은 계속될 것임을 깨달았다. 나는 그래서 이 듣도 보도 못한 진주종성 중이염과 부딪혀보기로 했다.



*진주종성 중이염 : 진주종은 점막으로 구성된 중이 강 내에 각질화된 편평 상피가 침입하여 각질이 축적되면서 주위의 골조직을 파괴하는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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