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사회생활을 하면 숱하게 이상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혹은 나도 모르게 내가 누군가에게 그 이상한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3개국을 떠돌며 20여 년(?)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이상한 사람 혹은 돌아이?를 다양하게 겪었다.
공자님 말씀이던가..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그중에 하나는 스승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것은 정말 진리인듯하다. 어떤 사람을 겪든 깨달음을 얻거나 배우는 것이 있다. 적어도 괴짜 대응법이라든가 돌아이 상대력 만렙이 는다든가.... 적어도 어떤 식으로든 다양한 사람들을 겪으며 나를 더 단단하게, 성숙하게 만들 수 있다.
한국에서의 10년 직장생활 중 센 언니를 많이 만나봤는데, 그중에 내편이 아닌 언니(?)들을 2번 겪었다. 한 언니는 클라이언트 쪽 리더였고 두고두고 나를 힘들게 했는데, 당시 우리 쪽 상무님 말씀으로는 내가 너무 바른말(? 좋게는 직언, 나쁘게는 되바라진 반박... )을 많이 해서였다고 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감각은 1도 없던 데다, 저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이유, 뒷단의 배경 등은 살피지 못하고, 그냥 사실이 아닌 것, 혹은 억울하게 당하는 것은 앞도 뒤도 안 보고 못 참아서 그냥 주저 없이 그것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고 그래서 나의 업무능력과 무관하게 나를 매우 싫어했다. 심지어 내가 만든 분기보고 자료를 발표하는 현장에서도 쫓겨났었다. 너무너무 억울하고 분했고 정말 다시는 그 클라이언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드라마에서처럼 너 때문에 때려치운다고 어디 시원하게 서류라도 집어던지며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수도 없이 들었지만, 이 사람 때문에 내 경력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그만두는 것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고 매일 되뇌며 버텼다.
결국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달까, 운이 좋았달까... 아무튼 그분이 그 자리에 오래 있지는 않았고 참고 버틴 덕에 나중에 그 클라이언트 쪽 카운터파트였던 다른 분의 추천으로 더 좋은 자리로 이직까지 하게 되었다.
이 언니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매일이 고통스러울 만큼 이상한 상사를 미국 와서 두 번째 일하게 된 회사에서 만났었다. 입사해서 알고 보니, 그 사람은 나를 뽑을 때 채용결정권자가 아니었고, 자기와 친한 팀 내 다른 동료를 내 자리에 추천했었는데 결국 내가 채용되면서 난 한 것도 없이 시작부터 그의 눈의 가시가 된 것이다. (미국도 학연, 지연, 인맥 텃새가 한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다.)
이상하게 내가 베제 된 기분이 드는 커뮤니케이션, 팀미팅에서는 분명 언급이 없었던 일들,... 이런 것들이 반복되면서 괴로운 것은 둘째 치고, 과연 일을 제대로 할 수는 있을까 싶어서 매일이 우울하고 출근하기도 싫은 그런 날들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이민 와서 2년여 만에 바라던 포지션으로 이직을 했는데 그 사람 때문에 내 소중한 일을, 직장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길게 보고, 적어도 이력서에 한 줄 넣을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은 버티고, 그리고 나를 더 성장시켜서 준비가 되었을 때 옮겨도 옮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런데 정말 20년 직장생활을 돌아봐도 그렇고, 인생사 새옹지마에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는 것이 직장생활이다.
입사한 지 6개월쯤 지나서 조직변경이 있었고, 나를 왕따(?)시키고 배제하려던 그는 새로 편성된 조직의 VP(상무급..)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고, 심지어 갈등을 여러 번 빚더니 결국은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늘 좋은 사람만 만날 수는 당연히 없다. 다양한 이상한 혹은 나와 안 맞는 사람들 속에서 내 정신줄을 붙잡는 수밖에... 지금 내가 내리는 결정을 10년 후의 나도 지지할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면, 적어도 상황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보도 판단할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