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필요한 건 걱정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요즘 봄이는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있다.
아빠랑 놀때는 약간 과격하게 악당을 잡거나 공룡끼리 공격하는 놀이도 하지만 나랑 놀때는 늘 그림을 그리자고 한다.
나란히 앉아서 각자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데 내가 그린 공룡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다시 그리라고 한다. 평소에 봄이랑 놀때는 봄이가 리드하는대로 따라주고 놀이에 수반되는 각종 역할이나 설정에도 다 따라주는 편인데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밖에서도 집에서 놀때처럼 행동하면 어쩌지…? 혹시 버릇이 나빠지는것 아닐까… 또래 아이들이랑 잘 어울리지 못해서 친구를 못사귀면 어쩌지…
그래서 작정하고 친구 역할을 해 보았다.. 넌 니방식대로, 나는 내방식대로 그리는거야.. 서로 존중해 주어야지~ 난 내 그림이 마음에 들어, 그러니까 손대지 말아줘~
몇번 비슷한 반응을 되풀이하자 봄이가 울먹이며 물었다.
“엄마… 우리 그냥 같이 그릴까?“
순간 아차 싶었다…
봄이는 나에게 친구 역할을 기대한게 아닌데 말이다…
그저 엄마와 함께 놀고 싶었던 거였는데…
자신의 방식이 존중받는 안전한 자리,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공간,
그리고 무조건적인 사랑이 필요했던 거였다.
하지만 한편으로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여전히 걱정이 되었다.
“봄아, 엄마가 갑자기 평소랑 다르게 반응해서 놀랬지? 미안해… 근데 또래 아이들이랑 놀때는 다른 아이들 영역을 존중해 줘야해… 다른 아이들 그림에 손을 대서도 안되고, 네가 원하는 그림이 아니라고 참견을 해서도안돼, 친구들의 그림을 존중해 주어야해… 그렇게 할 수 있겠어?“
봄이는 할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같은 종이에 그림을 그리자고 했다..
우리는 다시 평화롭게 그림을 그렸다…
그래… 미리 걱정하지 않아도 어차피 충돌하면서 배우게 될텐데… 내가 너무 미리 사서 걱정을 했나보다…
네 기억에 남는건 어차피 내가 한 걱정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한 순간의 감정일텐데….
“엄마랑 함께해서 즐거웠다. 따뜻했다. 안전했다.”
아이에게 오래도록 남을 건 아마도 이런 마음일 것이다.
나는 늘 갈피를 잡지 못한다…
너무 맞춰주면 버릇이 나빠질까?
너무 엄격하면 마음에 상처가 남지 않을까?…
그런데 아이와 그림을 그리며 알게 됐다.
정답 같은 양육법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가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다는 확신, 그 안에서 마음껏 자기답게 있을 수 있다는 안전함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