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선한 연결이 되다.

by 작은 의미

책방 이름대로 봄이 오는 길목에서 오픈하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마음먹은 대로 다 되겠는가.

책방은 여름이 오고서야 오픈할 수 있었다. 조바심과 걱정으로 여름 태양에 속이 다 타들어 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준비하는 과정과 책 소개 등을 이따금씩 SNS로 올린 덕분인지 입소문을 타고 찾는 이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R쌤과의 만남

책방과 북스테이를 좋아해서 인터넷 검색 중 알게 되었다며 찾아온 R은 강화여고 사서 교사이다. 그녀는 혼자 그리고 가족과 함께 방문한 후, 학교 행사를 위해 오후 두 시간 정도 공간대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졸업을 앞둔 강화여고 도서부 학생들과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이를 위해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책도 주문했다. 책방에서 주최하는 행사는 아니지만 작가의 책을 미리 읽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면서도 분주한 학기 말을 보내느라 읽지 못했다. 책 제목이 너무 착하다는, 왠지 뻔한 이야기 일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작가와의 만남

12월도 거의 저물어 가는 평일 오후, 예정 시간보다 일찍 차 한 대가 들어왔고, 젊은 남자가 내렸다. 오늘 북토크 할 작가님이었다. 그는 강릉에서 왔다고 했다.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그것도 시골 작은 책방까지 온 그가 궁금했다. 그는 지난봄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다고 했다.

TV 출연까지 했다면 유명 작가일 텐데 모른다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기도 해서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아. 제가 그 프로그램을 좋아해서 즐겨봤었는데, 놓쳤었나 보네요”


그 역시 강릉에서 작은 책방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했다. 책방을 둘러보고 나와 짧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선생님과 학생들이 도착했다. 작가님을 중심으로 사서 선생님과 예닐곱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북토크가 시작되었다. 작가님은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소개되었던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의 사연을 들려줬다. 우연히 시작하였지만, 누군가에게 아무 대가 없이 베푸는 선함이 무엇인지, 그 선함이 어떻게 연결되고 이어져 이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지 전했다. 학생들은 미동도 없이 집중했다. 그의 작지만 큰 울림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카운터에서 무심히 듣던 나에게도 전해졌다. 앞으로 우리 책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듯했다. 북토크가 끝나고 사서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마무리했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으로 나갈 도서부들을 떠나보내는 것이 매우 아쉽고 걱정도 돼요. 선생님은 너희들이 더 큰 세상으로 나가 살아갈 때 누군가의 선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누군가에게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요. 그 마음으로 선생님이 꼭 만나게 해 주고 싶었던 작가님을, 꼭 보여주고 싶었던 봄길에서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어요.”


선한 연결

그녀는 말하던 중 목이 메어 중간에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 순간 학생들 몇몇이 눈물을 훔쳤다. 작가님도 고개를 숙였고 지켜보던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학생들이 작가의 사인을 받은 후 나도 소심하게 책을 내밀어 사인을 받았다.

작가님은 ‘봄길책방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다라고 써 주었다.

그가 쓴 ‘잘되면’의 의미는 책방이 핫플레이스가 되고 수익이 높아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골 책방이기에 하지 못하는 것도 많지만, 시골 책방이기에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도 많다. 가끔 이 마을이 고향인 사람들이 책방을 들른다. 그들은 자신들이 떠난 마을에 책방이 생긴 것에 놀라워하면서 고맙다고 말하기도 한다. 손님 중에 “오래오래 책방 운영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책방이 잘되기를 바라는 이들의 바람이 선한 연결로 이어져 마을과 책방을 찾는 또 다른 이들에게 닿길 바란다.




R쌤은 그 후로도 책방을 찾았다. 학교를 옮겨도 학기마다 체험프로그램과 방과 후 수업으로 학생들과 오는 것뿐만 아니라 학부모 교육이나 지역과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책방과 연결했다. 한 번은 교생 실습 나온 제자와 함께 온 적이 있다. 김민섭 작가와의 만남에 왔던 학생 중 한 명이라고 했다. 그녀는 문헌정보교육과에 들어갔고 R쌤이 있는 학교로 교생 실습을 나왔다고 한다. 그녀가 잘되기를 바랐던 선생님의 마음이, 작가와의 만남 시간이 삶 속에 연결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