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화내냐고 묻는 남성들에게>

여자어’와 ‘염소웃음’, 젠더화된 분노 앞에서

by Nut Cracker


분노와 폭력이 길 잃고 아래로 자꾸 아래로 향하는 요즘. 그것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지, 그곳에 어떤 존재들이 있는지 계속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화내냐고 묻는 남성들에게>


: 여자어’와 ‘염소웃음’, 젠더화된 분노 앞에서


_이한(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활동가)




“무슨 화나는 일 있어요?”

얼마 전 교육에서 들은 말이다.



나에게 한 말은 아니었고, 교육이 시작되기 전 교육 담당자가 강의 개요와 강사 소개를 하며 남긴 말 끝에 한 참여자가 퉁명스럽게 던진 질문 아닌 질문이었다. 교육 담당자가 특별히 어려운 이야기를 무섭게 했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그저 교육 참여자들에게 강의 중 다른 용건으로 전화를 받으러 교육장을 지속해서 떠날 경우 교육 미이수 처리가 될 수 있다고 단호히 이야기하며 앞서 교육에서 발생한 사례들을 안내했을 뿐이었다. 나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그 ‘화’를 대체 어떤 대목에서 느꼈을까? 웃지 않는 표정? 무뚝뚝한 말투? 그보다 여성이라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행간에 내가 읽지 못한 무엇이 있었나 알 길 없었지만 앞으로 불려 나온 강사는 캐물을 자신도, 시간도 없어 그저 담당자와 머쓱한 웃음을 나눈 후 굳은 분위기 속에서 강의를 시작해야 했다.



어떤 감정은 그저 개인적이지만은 않고 유난히 더 사회의 영향을 받는다. 이를테면 분노가 그렇다. 왜 회사에서 직장 상사로 인해 화가 치밀어 올라도 헤드록을 걸거나 딱밤을 때리지 않고 성숙하게 참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은가. 분노를 통제하는 건 서로 다른 의견과 이해관계를 가진 인간이 갈등으로 서로를 죽이지 않고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이다.



여성에게 유난히 폭력적인 세상에 대처하기 위한 ‘염소웃음’과 ‘여자어’


분노는 자주 물처럼 아래로 흘렀고 어떤 권력은 군대처럼 시간이 지난다고 쉽게 달라지지 않아서, 권력 아래에서 모진 분노를 감내하던 이들은 각자도생으로 그를 피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이를테면 주변의 많은 여성들은 직장 상사가 던진 불편한 이야기에 분노 대신 짧게 하.하.하. 염소웃음을 지었다. 최대한 상대의 심기를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자리를 빠져나가기 위해 터득한 방법이었고 약자에게 웃음은 때로 거의 유일한 방어 수단이었다.



여자어라는 표현도 있었다. 남성형, 여성형 언어가 따로 있지 않은 우리말에 무슨 ‘여자어’냐 싶겠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여자어 해석본’이라 하여 여성들의 말 이면에 담긴 숨은 뜻을 찾는 게시글이 자주 인기를 끌었다.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072010410002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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