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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t Cracker Dec 11. 2023

연말에 우울한 건 나 뿐인가요?

벌거 벗은 남자들 :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



대체 무슨 심뽀인지 연말의 화려한 조명과 발랄한 캐롤이 들릴 때 쯤이면 늘 조금씩 쳐졌다. 단순히 부족한 일조량 때문이겠거니 하면서 그 감정을 외면해왔다. 그러다가 공황을 씨게 얻어맞은 덕분에 이제는 조금만 기분이 쳐지거나 하면 바로바로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 받는 사람이 됐다. 다행히 약빨도 잘 받는 편이라 요근래 다시 공황이 도진 적은 없다. 운이 좋았다. 아무래도 활동가를 하면서 정신과나 상담 접근성이 높았고 주변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감정들은 유난히 소화하기 어려웠다. '이성적이고 싶은 나'에 대한 반성이자 고민을 가지고 글을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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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우울한 건 나 뿐인가요? 


나는 겨울이, 연말 분위기가 싫다. 추위에 몸이 움츠러드는 것도 힘들고 떡국과 함께 먹는 나이도 거북하다. 북적이는 연말 도심을 걷거나 송년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늘 허무함과 씨름했다. 막연히 겨울이 되면서 줄어든 일조량 때문이겠거니 여겼지만 어쩌면 그보다는 한 해를 돌이켜 보며 손에 잡히는 뚜렷한 수확 없이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막막함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어쩌면 연말을 맞아 행복해 하는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자격지심이거나 그게 아니면 소멸을 떠올리게하는 회백색 계절에서 생의 유한함을 뼈져리게 느끼게 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지금은 나의 미숙한 감정표현이 우리사회 성별고정관념과 가부장적 남성성의 영향 때문임을 알게 됐지만, 이를 알지 못했을 때에는 해석할 수 없는 감정이 울분처럼 켜켜이 쌓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스스럼 없이 감정표현하는 사람을 보았을 때, 공감은 커녕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구냐’며 질투섞인 뾰족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내가 하지 못하는 감정표현에 대한 시샘이자 동시에 이성을 우위에 두고 감정은 평가절하하는 문화의 답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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