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젠더살롱
언론 지면에 글을 쓸 과분한 기회가 생기면서, 이 얘기는 꼭 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성매매였다. 사실 각오가 필요할 만큼 쓰고 싶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했다. 양평원 강사양성과정 교육을 들을 때, 너무 거대한 폭력 앞에서 무력감과 죄책감을 가장 크게 느낀 주제였다. 고등학교, 대학생 때까지는 이게 나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이라 생각했고 다 옛날 얘기가 됐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게 내 착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건, 군대에서였다. 훈련소 동기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게 자신이 경험한 성매매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았고 그 자리에서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문제라 이야기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게다가 나는 의무경찰로 군 생활을 보냈고 그 중에는 경찰이 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 써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성매매 논의는 늘 복잡다단했다. 성노동에 대한 이야기부터 성착취, 성적대상화와 성산업 등 섹슈얼리티를 두고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가 오갔지만 개중에 남성이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드물었다. 있어봤자 이 문제에 대한 일말의 이해 없이 내뱉는 말이거나 뭉뚱그려 비난하며 문제를 회피하는 정도? 그 이상의 이야기가 남성들에게 필요하다. 너무 오랫동안 너무 많이 외면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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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바라보지 않는 사람들>
: 성매매는 일부, 옛날이 아닌 지금 우리 일상의 문제다
성매매 예방을 주제로 교육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가 드물거니와 강의를 듣는 참여자의 태도도 한층 더 방어적이다. 한 번은 교실에서 팔짱 낀 남자 청소년이 서늘한 냉소로 성매매 피해 여성을 향해 말했다. “그거 하라고 누가 칼 들고 협박했대요?” (...) 이상한 간극이 있었다.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면서도 동시에 부도덕한 일이라 비난했고, 당면한 문제를 바꾸려는 시도에는 불필요한 간섭이라 말하며 훼방을 놓았다. 다른 문제들에는 그저 무관심하거나 시혜적으로 도움을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왜 성매매 문제에는 이렇게 유난히 더 적대적일까?
돌이켜보면 알아차릴 기회는 적지 않았다. 상가에 있는 남성 화장실 소변기 위에는 눈높이에 맞춰 형형색색의 성매매 업소 전단지가 붙어 있었고 길거리에는 보도블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전단지가 뿌려져 있었다. 사람들이 수도 없이 오가는 역 근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번은 친구를 만나러 나간 수원역 앞에서 성매매 집결지를 맞닥뜨렸다. 대낮의 휑한 거리에 청소년 통행금지구역 표지판이 거대하게 세워져 있었다. 그 표지판 아래 또렷하게 새겨진 수원경찰서장 명의 표시는 지금 이 문제가 얼마나 공공연한 외면 아래 자행되고 있는지 보여줬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모르는 게 아니라 남성이라 모를 수 있는 것, 모르고 싶은 거였다.
최근 국내 최대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운영하던 남성이 잡히며 해당 사이트 규모가 드러났다. 사이트 가입자만 70만 명, 등록된 성매매 업체는 7,000여 곳에 달했다. 단 하나의 사이트에 등록된 게 이 정도다. 참고로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초등학교가 6,175개라고 하니, 초등학교보다 많은 성매매 업소가 성행하고 있다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