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간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더는 미룰 수 없어서 이번 젠더살롱 주제로 잡았다. 고작 기저귀, 콘돔 이야기라는 게 부끄럽지만, 안전한 성관계를 위한 방법으로 고작 20~30%대에 불과한 콘돔 착용률인 세상이라서 이런 이야기도 여전히 필요한 법이겠지 싶었다.
게다가 산부인과 선생님이 해주신 교육에서 우리나라 전체 임신 중 70%가 계획되지 않은 임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거의 대다수 사람들이 일과 주변 환경을 어떻게 마련하고, 건강한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엽산을 비롯한 필요한 영양제를 먹는 등의 준비 과정 없이 재생산을 한다는 소리다. 이게 비단 임신을 하는 여성의 문제일 리 없다. 그 과정 전반에 대한 교육과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은 사회문화의 일환이고 더 나아가 여전히 재생산을 여성의 역할로 치부하며 남성들은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 일부 남성들의 '유아차'를 둘러싼 백래시는 재생산 영역에 대한 도덕적 파산 선언이나 다름이 없었다.
미래에 대한 큰 기대가 없는 사람인지라, 저출생이 대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또 재생산하는 사람들을 곁에 둔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임육출이 더 나은 모습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저출생은 문제라 생각하지만 기저귀 가는 법은 모르는 당신께>
: <142>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남성이 함께해야
하나둘 조카가 생기고 있다.
엊그제까지 나랑 헛소리하면서 술 퍼마시던 친구들이 엄마, 아빠가 됐다는 소리다. 부모라는 건 되게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내 친구들이 부모가 되다니 기분이 이상하다. 그래도 당장은 눈치껏 함께 기뻐해주고 있다. (...)
성희롱, 성폭력 같은 문제에도 남성들의 관심이 크지는 않지만 이 분야는 그 정도가 더하다. 잘 모르는 것을 넘어, 관심 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심지어는 관심을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한편으로 어떤 맥락인지 이해한다.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몸에서 이루어지고 육아 역시 오랫동안 여성의 역할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우리가 무성생식을 하는 게 아닌 이상, 성과 재생산이 어느 한 성별의 문제일 수 없다. 더구나 대부분의 문제는 이런 무관심에서 출발한다. 당장 저출생 문제만 두고 봐도 그렇다. 모두가, 심지어는 해외에서도 입을 모아 한국의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한다. 남성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까?
질병관리본부의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18~69세 남성 중, 성관계 시 콘돔을 항상 사용하는 비율은 11.5%였고 자주 사용은 9.8%였다. 국립보건연구원에서 2020년 발표한 '수치로 보는 여성'에 따르면, 기혼 여성의 피임실천방법에서 콘돔은 36.9%였다. 문제는 피임 성공률이 낮아 교육 시간에는 더 이상 피임방법이라 이야기하지도 않는 월경주기법이 35.2%, 질외사정이 32.8%라는 것이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를 비롯해서 각종 성매개 감염을 예방할 수 있거니와 비혼 여성 거의 대다수가 경험하는 원하지 않는 임신에 대한 불안을 줄일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이고 쉬운 단계가 콘돔이다. 그런데 그것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 상대와 최소 몇 년을 협업해야 하는 재생산에 믿을 만한 파트너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진정 상대의 몸과 재생산에 대한 책임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책임질게”라는 말 대신 행동이 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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