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성평등한 공동체 만들기 교육후기

남함페 6월 온라인 교육 <안전하고 성평등한 공동체 만들기> 교육 후기

by Nut Cra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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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교육 활동가 사이에서는 “매번 교육을 해도 막상 들어야 할 사람은 듣지 않고 들을 필요 없는 사람만 또 듣는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있다. 그래서 최근 교육에서 강조하는 것은 성평등한 목격자 만들기다. 세상엔 천재지변 같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교육만으로 모든 사람을 다 변하게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위해 기꺼이 발벗고 나서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늘어날 때 비로소 우리의 일상이 성평등하고 안전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남함페에서 <안전하고 성평등한 공동체 만들기> 온라인 교육을 진행했다.

프리랜서 강사 입장에서 매번 다른 사람이 제안하는 제한된 조건 안에서만 교육을 하다가 이렇게 자체적으로 교육을 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지 모른다. 홍보물부터 신청링크, 강의안내 문자까지 한땀한땀 가내 수공업으로 진행했다.


1장은 특권과 사회적 차별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자발적으로 이런 교육을 들으러 오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너무 쉬운 내용이긴 하다. 그럼에도 해당 개념을 알아두면 교육에 참여한 사람들이 곁에 있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설득하기에 좋아서 꼭 넣어둔다. 실제로 교육을 하러 가면 저항을 하는 사람들도 대단히 차별적인 사람이라기보다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인 경우가 많다. 다만 자신의 특권에 대해 인지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혹은 인지하고 싶지 않아서 외면할 뿐이다. 특권이 의도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것임을, 그래서 우리에게 더 섬세하고 면밀하게 특권과 사회적 차별을 발견하는 눈이 필요하며 함께 ‘우리를 서로 다르게 힘들게 만드는 이 불평등과 차별’(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 창비, 33쪽)에 관해 이야기하자고 할 때, 상대의 꽉낀 팔짱이 풀리고 연대의 가능성이 생긴다고 믿는다. 그리고 함께한 참여자들도 이 과정을 통해서, 내가 차별받는 위치에만 있는 것이 아닌, 상황과 사람에 따라 특권적 위치에서 차별을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상호교차성을 설명하기에 더할나위 없다.


2장은 청년세대의 높아진 성인지감수성을 살펴보며 걸음을 맞추기 위해 나의 성인지감수성을 점검하고 채우는 시간이다. 적은 장표에 많은 내용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서 유용한데, 확실히 참여자의 수준에 따라 너무 쉽게 넘어가는 지점들이 있어서 난이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3장이 핵심내용이다. 우리는 어떻게 성평등하고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주변의 공기를 바꾸는 문화다.


처음 청년활동 영역에서 일하면서 받았던 충격 중 하나가, 나보다 나이 많은 남자 어른이 나에게 “이한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존대하며 의견을 물어봤던 장면이다. 일 경험도 적고 나이도 어렸던지라 그 전까지 존대는 커녕 의견을 물어보는 사람하나 없었는데, ‘존중받는다는 경험’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곳이기에 불만이나 고민이 생겨도 어렵지 않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 견지해야 할 것은, 자신의 위치성을 성찰하는 태도다.

공동체가 수평적이고 민주적일수록 자신의 위치성과 앞서 말했던 특권을 계속해서 성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닉네임을 사용하고 서로 존대한다고 당장 모든 권력이 사라지고 수평적이며 평등한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수히 많은 사건에서 배웠듯, 권력은 스위치처럼 껐다 켰다 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문화와 함께 이야기되어야 할 것이 제도적 장치다.

이를테면 약속문이나 내규, 주기적인 교육과 소통창구. 개중에도 가장 공들여 설명하는 것은 사례보고서다. 활지센의 방법을 차용한 사례보고서는 사건, 갈등이 발생했을 시, 직접적인 당사자는 물론 목격자를 포함하여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시간 순으로 본인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 상세히 적고 공유한다. 이를 통해서 상대의 행동을 넘겨짚는 게 아닌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많은 갈등이 명료하게 피가해자를 분류하기 어려운 때가 많다. 특히 우리처럼 작은 조직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자원도 부족할 때가 많은데, 그렇다고 문제를 그냥 외면하고 휘발되게 두기 보다는 기록함으로써 이후 발생할 갈등 해결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잘 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건 결국 사람이다.

그래서 공동체 구성원이 같이 하면 좋을 작업을 진행했다. 먼저 자신의 불편함 이야기하기. 앞서 말했듯, 특권은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발생한다. 그래서 상대가 불편해하는지, 그로 인해 차별을 받고 있는지 모를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간을 통해 공동체 구성원이 어떤 것을 불편해하는지 이야기한다. 이번 강의에서는 대체로 개인의 경계를 넘는 질문들에 대한 게 많이 나왔다. 예컨대 상대를 걱정하는 척 하며 외모, 몸매에 대해 이야기한다던가, 해당 연령대에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궤도를 밟아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 등. 이 수업을 매번 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걸 보면, 여전히 우리사회의 정상성에 대한 압박과 집단주의가 얼마나 강한지 새삼 느낀다.


두 번째는 그런 불편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 표현하는지를 공유한다.

당장 총으로 쏘거나 경찰을 부르면 좋겠지만, 많은 경우 그렇게 하기 어려우니까. 최소한의 자기방어 연습도 할 겸, 이불 좀 그만 찰 겸 같이 연습해본다. 최근 많이 쓰는 방법 중 하나로 ‘웃지 않는다’가 있다. 이게 무슨 소박한 대응인가 싶겠지만, 사회에서 약자인 경우가 많은 사람은 당황해도, 기분이 나빠도, 애석해도 그냥 헤헤 웃으며 넘기는 일이 많다. 그래서 이제는 웃지 않는 것으로 대응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 활동의 진짜 목적은 자기방어 능력을 올리는 것과 더불어, 서로의 경고음을 확인하는 거다. 예컨대, 우리 공동체 구성원이 외모와 관련한 농담을 불편해 하고, 그 대응법이 ‘정색하기’라면, 언젠가 그가 다른 사람 앞에서 농담을 들었는데 정색하고 있으면 그 구성원이 불편해 한다는 것을 다른 공동체 구성원이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세 번째로, 자신이 목격자라면 어떻게 할 지를 고민한다.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인데 그래도 최근에 많이 나오는 방법으로 “요즘 그런 얘기하면 큰일나요~”가 있다. 여전히 이런 말을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은 애석하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으로 상대에게 대응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진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또 당장은 무엇을 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난 이후에 불편을 내색한 친구에게 ‘같은 마음이었다’고 동조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도울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참여자들 사이에서도 피해자를 돕는 다양한 방법이 나올 수 있도록 질문에서 더 잘 유도해야지.


마지막은 불편을 초래한 당사자로 지목된다면 어떻게 할지를 물어본다.

누구나 자신은 착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믿고 싶지만, 세상에 그럴리 없는 일은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때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대부분 도망치거나 도리어 역정을 내거나, 억울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누구나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나도, 페미니스트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도. 그랬을 때에 필요한 게 제대로 된 책임을 지는 자세라 생각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불편해 한 사람이 수긍할 수 있도록 진정 어리게 사과하기, 다시 잘못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모색하고 공동체의 결정을 존중하고 수긍하는 것. 그리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노력하며 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진정한 책임을 지는 자세가 아닐까. 세상은 자극적인 ‘참교육’에 열광하지만, 현실에서는 지난하고 부단한 노력만이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강의는 ‘지도 그리기’라는 이름으로, 고민과 노하우, 경험 등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마무리됐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정말 이런 이야기만 주구장창 하는 시간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서로를 위로하고 경험을 나누고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만으로도 하루쯤은 금방 지나지 않을까. 7월에는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남함페의 고민과 활동을 담은 강의를 기획 중이다. 아직 내 언어가 되지 못한 개념들이 조금 있는데 이번 강의를 계기로 입에 착 붙여봐야지.


상반기가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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