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만난 사소함
여행을 하다 보면 낡고 오래된 것에 이끌린다.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는, 남이 쓰던 물건에 말이다. 특히 남프랑스 아를의 원형경기장 앞에 있던 빈티지 매장이 그러했다. 낡디 낡은 물건에 '어떤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가만히 들여다봤다. 확실히 새 물건을 구경할 때와는 다른 기분이다. 빈티지 매장에서는 주인이 있는 물건을 구경하는 기분이 들어 나도 모르게 숨죽이고 보게 된다.
찻잔이며, 흑백사진이며, 열쇠며 하나씩 눈으로 담다가 결국 에스프레소 잔과 분홍빛 투명 유리컵을 집어 들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돈을 낼 때는 물건에 담긴 '이야기' 값을 내는 기분이었다.
여행지에서 눈에 들어온 풍경은 명소보다는 사소한 것이라 할 수 있는 유럽의 창문, 유럽의 바닥, 유럽의 페인트 색, 계단 등과 같은 것들이었다. 웅장한 건물보다는 그들이 사는 집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골목이 궁금해 구석구석을 다녔다.
유럽의 집, 유럽의 골목, 유럽의 바닥, 유럽의 창문은 내가 여행을 하면서 눈여겨본 것들이다. 웅장하고 유명한 명소보다는 작고 손때가 묻은 오래된 소품에 눈이 갔다. 큰 도로변보다는 골목이 궁금했고, 남의 집 유리창문과 현관문이 궁금했다. 그들에게 사소한 것들이 나에겐 눈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