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만난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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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환상을 안고 도착한 프랑스 파리의 첫 느낌은 '무섭다와 더럽다'였다. 지하철의 악취와 소음에 파리의 환상은 깨졌고, 대합실의 으스스한 조명은 불쾌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이방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무서웠다. 여하튼 나에게 파리의 느낌은 썩 그리 좋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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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가 기억나고 또 가고 싶은 건 파리 사람들, 그들의 자유로운 모습 때문이다. 계단에 앉아 음식을 먹거나, (사실 계단도 아니다. 문턱이 맞겠다.) 심지어 혼자 아무렇게나 누워 한숨 잔다거나 그들에겐 별 일 아닌 일상 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약간 문화충격이었다. 모두 다 길바닥에 앉아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여유 넘치게. 우리나라에서는 잔디가 축축하다면 손수건이나 돗자리를 깔고 앉을 텐데, 그들에겐 옷이 더러워지는 일쯤은 중요하지 않았다. 옷이야 더러워지면 빨면 되니, 옷을 버린다고 해서 자신들의 행동을 제한하지 않았다.
3
평소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외쳤지만 나는 진정한 자유에 대해 알지 못했다. 나는 얼마나 타인의 시선에 얽매여 있었던가. 어떤 옷을 입어야 좀 더 예뻐 보일지, 어떤 화장을 해야 세련돼 보일지, 타인에 대한 고민을 했지 진정 나를 위한 고민을 해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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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파리의 자유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싶은 것', '나에게 집중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것', '시간이 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시간을 자유롭게 지배'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나는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마 친구 딸이 두려워서, 일 년에 딱 두 번 만나는 친척들이 두려워서, 아직 본 적은 없지만 앞으로 만날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가 두려워서 삶의 방향에 서서 또 고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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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사회가 세운 잣대가 아닌, 내가 세운 삶의 가치에 맞게 살아보고자 한다. 내 삶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주체적으로 살아보고자 한다. 시간이 흘러 20년 뒤, 30년 뒤 지금의 나를 돌아봤을 때 '그때 왜 무모하지 못했을까, 눈치 보며 어중이떠중이로 있었을까'하는 일은 생기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