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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솔솔 Oct 23. 2020

칭찬이 그렇게 어려울 일인가요

칭찬의 다른 말은 존중이 아닐까

 퇴근하고 저녁 준비하느라 바쁜 나를 보며 딸이 스스로 건조대에 널려있던 빨래를 차곡차곡 개고 서랍에 정리를 했다. 빛나는 눈동자로 칭찬을 바라는 딸에게 웃으며 너무 기특하고 고맙다고, 사랑하는 내 예쁜 딸이라며 칭찬을 가득 안겨줬고 딸은 방글방글 웃으며 내게 물었다.


아빠도 칭찬해주겠지?


 그러엄! 어떻게 칭찬을 안 할 수 있겠어. 우리 딸 기특하다고 많이 칭찬해주실 거야. 내 말에 딸은 기대감에 차서 제 아빠가 퇴근하고 들어오길 기다렸다. 그리고 퇴근한 남편에게 딸은 맑은 얼굴로 칭찬을 기대하며 제 업적을 자랑하듯 재잘거렸다.


잘했는데, 그건 당연히 네가 해야 할 일이잖아. 쭉 했어야 했고, 앞으로도 계속해야지. 엄마 아빠는 일하느라 바쁜데 넌 그거라도 하는 게 당연한 거지. 네가 이 집에서 하는 게 뭐가 있어?



 맙소사. 남편의 공감력 제로 멘트에 딸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고 지켜보던 나는 기가 차 턱이 벌어졌다. 그만하라는 사인을 보냈으나 남편은 전혀 이해를 못했고 바랐던 칭찬이 아닌 타박과 잔소리만 들은 딸은 결국 눈물을 떨궜다.


 결국 남편과 나의 싸움으로 이어졌다. 밖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그걸 집에서 풀지 말라고, 왜 아이한테 화풀이냐는 내 말에 그런 게 아니라 맞는 말이지 않냐, 울 일도 아닌데 왜 우냐며 남편은 딸을 타박했고 난 그런 남편을 타박했다.


그저 칭찬이 그렇게 어렵니?



 칭찬이 어려운 게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칭찬을 바라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남편은 말했다. 순간, 돌아가신 시아버지가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돌아가신 시아버지는 칭찬에 매우 인색하신 분이셨고, 칭찬과 애정 어린 말보다 타박과 잔소리가 아이를 더 크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옛날 분이셨다. 그런 시아버지 밑에서 자랐던 남편은 자신은 아버지께 칭찬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어 섭섭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말도 한 적이 있었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한다더니, 칭찬도 마찬가지구나.

제 아버지의 질색하던 면을 그대로 답습하는 남편을 보며 이래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거지 싶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이건 지금 아이의 자존감과 의욕을 꺾은 거야. 세상에 당연한 게 어딨어?



 이어지는 내 타박에 "그래, 다 내 잘못이다!"라며 짜증을 내고 드러누운 남편은 홀로 조용히 무언가를 한참 생각하는 듯하더니 슬그머니 딸을 불렀다. 내 품에서 훌쩍이며 울고 있던 딸은 제 아빠의 부름에 묵묵부답이었고 남편은 사과를 입에 올렸다.


 미안해, 아빠가 일이 잘 안돼서 예민했던 거 같아.


 그리고 우리 부부는 딸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 제 아빠의 미안하다는 사과에 딸은 말 그대로 펑! 터져버린 폭죽처럼 제 속에 쌓였던 말들을 터트렸다.


아빠는 칭찬이 그렇게 어려워?! 아빠는 항상 칭찬은 안 하고 잔소리만 해! 아빠 때문에 좋은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어! 해봤자 잔소리만 듣는데 내가 하고 싶겠냐고!



 사춘기가 다가오기 때문일까? 제 아빠의 잔소리에 항상 속으로 삭히며 그저 소리 없이 울던 아이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우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보다도 남편이 더 당황한 것 같았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이해가 더 쉽지 않을까. 이 세상에서 존중을 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아이도 한 사람의 인격으로서 존중을 받고 싶고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을 우리 어른들은 종종 간과한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사랑받고 자란 사람이 사랑을 받을 줄도 알고 주는 법도 알 듯, 존중을 받고 자란 아이가 스스로도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알지 않을까? 요즘 사람들을 보면 스스로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더라.


 포인트는, 아이 역시도 사람이다! 나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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