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협상에 대처하는 아줌마의 자세

연봉협상, 다시 드러난 이빨

by 최꽃봄

코앞의 이직의 최종합격 소식이 들려오고, 곧 연봉협상에 들어갔다. 헤드헌터로부터 만족스럽지 못한 연봉금액이 오픈되었다. 아른거리던 새로운 시작, 도전, 패기 따위의 것들이 눈 녹듯 사라지고 숨어있던 공격성이 이빨을 드러냈다.


나는 침착하게 전 직장의 작년 연봉 인상률, 진급 시 적용되는 최하 인상률을 제시하며 원하는 금액을 다시 협상했다. 금액을 제시한 후 하루가 흘렀다.


- 육아 휴직도 하셨고, 올해 진급이 안되실 수도 있는데 이 금액은 좀 과한 거 같아서요... 근거가 있는 금액으로 조정이 안될까요?


엄마가 된 후 잠재웠던 내면의 쌈닭을 깨우는 한마디였다. 뒷말은 그저 귀를 스쳐간 정도였고, ’ 육아휴직을 했으니 ‘ 에서 내 모든 신경이 곤두섰다. 사측의 입장이 아니었고, 헤드헌터 개인의 의견이었다. 제시된 금액은 사측에 전달되지도 않았다. 전화기 저편의 헤드헌터는 어린 목소리의 여자였다.


- 제가 제시한 금액에 산식과 근거를 기재했는데 확인하셨나요?


확인을 했단다. 그런데 근거가 부족하다고 한다. 사측에 전달이 안 됐다고 하여 이유를 물었더니, 근거가 부족해 전달이 어려웠다고 했다. 통화가 길어질수록 어린 여자가 말하는 ‘근거‘는 ‘제시금액을 깎아주세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근데 육아휴직 얘길 왜 했을까? 닭장에 사는 최꼬꼬는 생각할수록 열이 받았다. 내가 치열히 보낸 9년의 세월은 육아휴직으로 간단히 깎아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육아휴직이 무슨 죄라도 되는가.


‘똑같은 얘기 꼭 머지않아 들어보시길 바라요’ '그간 제 목소리가 많이 만만해 보였나 보네요 ‘ 끓어오르는 날 선 말을 다시 한번 삼켰다. 일에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편이 낫다. 감정보다 팩트다.


- 근무기간이 9년, 육아휴직이 1년, 육아휴직을 했으나 객관적인 진급조건을 만족합니다. 게다가 저에겐 이직 카드가 있으니 이곳에서의 진급은 훨씬 수월해졌네요.


- 그리고 아까부터 근거 말씀 하시는데, 제가 금액을 하향조정해서 말씀드리면, 그 금액은 어떤 근거로 설명이 될까요? 간절함?


- 사측의 연봉금액의 근거는 뭔가요? 몇 년의 경력이 인정이 되었는지, 각 직급의 계약금액이 얼마인지 아무런 안내 없이 금액만 전달하셨네요. 제 제시금액엔 근거가 부족하다고 하시면서요. 저는 지금 지극히 사측에 편향된 불리한 협상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름의 팩트를 쏟아내어 말했다.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어찌 조절했으나 화가 섞인 말의 속도는 어찌할 수 없었다. 헤드헌터는 그제야 수긍하고 사측에 내 의사를 전달해 주었다. 연봉 협상에는 지긋지긋한 현 직장이 가장 큰 무기가 된다.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정신줄을 부여잡고 준비해 온 길이다. 선택권을 내 손안에 쥐기 위해서.


얼마 후 인사팀에서 직접 연락이 왔다. 처우에 대한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고, 결국 목표했던 금액으로 연봉협상에도 성공했다. 협상에는 당연히 근거가 필요하다. 이직 준비생들 모두에겐 근거가 있지만, 간절함이 낳은 저자세가 협상의 결과를 하향시키기도 한다. 연봉협상에 대처하는 아줌마의 자세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싫음 말고” 정신과 “믿는 구석”의 배짱!

이전 07화코앞의 이직, 마지막 면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