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나는 그랬다구요
이직 후 3개월이 지났고, 새로 속한 이 집단에서도 두 명의 퇴사자가 있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고, 성공적인 이직의 척도 또한 지극히 이직자 개인의 만족도에 달려있는 것이다.
나는 성공적인 이직을 했다. 지금 속한 소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를 받고 적응 중에 있다. 아직 업무적인 퍼포먼스를 내진 못했지만, 바뀐 직무에도 만족한다. 하루하루 새로 습득하는 모든 것들이 나의 피와 살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물론 업무적인 스트레스나 직급에 대한 압박은 있다. 특유의 낙관적인 성격이 아니었다면, 여기서 뒤돌아섰을지도 모른다.
한 번뿐인 이직이지만, 어쨌든 이직을 처음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선배’이고, 아이가 있는 30대 여자로서, 같은 입장의 엄마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붐비는 출근길에 글을 쓰고 있다. 이것은 지극히 나에 한정된 이야기이다.
- 이직의 계기
지난해 2월 복직 후 빠르게 적응하여 업무에 투입되었다. 집에서 벽만 보고 이야기를 하다가 사람들을 만나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잠시, 여느 집 아기와 같이 지우도 자주 아팠다. 남편이 아이를 돌보고 있었지만, 남편이 다시 회사에 가게 되면 당장 등하원부터도 문제였다. 선택근무제가 도입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쓰라고 장려를 했다가, 쓰고 나면 눈치를 주는 상사 탓에 무용지물이었다.
그리고 늦은 가을 둘째가 찾아왔다. 퇴근길 나는 매일 울었다. 모든 것이 내가 하기 나름이겠다마는, 그땐 정말이지 쌓아 왔던 나의 커리어가 모조리 끝나는 것만 같았다. 울음 때문이었을까. 내가 좋다며 찾아온 새 생명은 금방 다시 나를 떠나갔다. 사회생활을, 나의 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아보게 한 계기였다. 휘청거리던 그 시간은 버티기보다는 고쳐야 하는 시기였다.
- 그래서 언제?
이직 시기는 성공여부와도 직결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다들 알다시피, 한 직급의 말년차가 가장 좋다. 게다가 옮길 회사의 승진 연도가 전직장보다 짧으면 베스트이다. 나는 대리 3년 차에 이직을 했고, 근속연수로 직급을 상승시켜 이직하였다. 전 직장은 대리 근속 4년이 승진조건이었고, 현회사는 극 능력주의 시스템으로 이보다 빨랐다. 이직 전에 보이지 않던 승진길을 판에 깔아놓고 놀아보는 것이다.
- 어떤 회사가 나를, 내가 어떤 회사를.
독자가 여자이든, 남자이든, 미혼이든, 기혼이든, 아이가 있든, 그렇지 않든, 대부분 환경적 요소가 직장생활의 큰 장벽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뜻이 있다면, 환경적인 요소를 관철하고, 개선가능한 새 환경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타이틀이 근사한 회사로의 이직이 아니라, 적어도 지금의 장벽을 허물 수 있는 회사여야 한다. 없는 줄 알았는데, 있었다.
이직 플랫폼은 워낙 잘 갖춰져 있다. 사람인, 리멤버, 잡코리아 등 플랫폼에 이력을 올려놓으면, 간간히 포지션 제안이 온다. 그리고 경험에 의하면, 포지션 제안이 오는 쪽이 공개채용 때 지원을 하는 것보다 높은 서류통과율을 자랑한다.
회사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경력자를 원한다. 지원하는 회사의 포지션에 맞게 지난 경력을 돌아보고 추려내야 한다.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통해 경력을 어필하는 것도 좋다. 면접 때 든든한 무기가 되어 줄 것이다. 엉뚱하게 샐 수 있는 질문들을 프로젝트로 집중시킬 수 있다.
- 힘주고, 힘 빼기
면접 준비에 가장 힘을 준 것은 경력의 수치화였다. 내가 속한 영업 직군의 경우, 매출 달성율과 신장률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면 된다. 직장에서 세운 팀/개인 목표와 달성 진도를 가져오면 편하다. 이에 반해 힘을 뺀 것은 이직할 회사에 대한 스터디였다. 재직 중에 이직을 한 터라 솔직히 여유가 없었고, 전혀 다른 부문이어서 완벽히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솔직했다.
마지막으로, 결국 이직은 타이밍이다. 숱한 팁과 요령이 있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시기에 내가 나타나는 것이 가장 키포인트이다. 이것은 본인 컨트롤 밖의 일이기에, 이직 플랫폼에 주기적으로 이력을 업데이트하여 노출시키는 것이 좋다.
이직을 해봐야 이 지옥에서 저 지옥으로의 이동이라고 한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는 이제 출근이 괴롭지 않다. 인생을 100으로 봤을 때, 회사에서 지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가장 젊고 활기찬 인생의 주기에 우리는 매일 회사에 간다. 밥벌이가 있다는 것이 절망적이라는 게 아니라, 소속된 회사가 인생을 괴롭게 만들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개선시켜야 한다. 퇴사의 각오로 현직장의 환경을 바꾸든, 직장을 옮겨 그 환경을 바꾸든 말이다. 나는 노력이 대가로 돌아온 후자를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