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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이직을 준비하는 이유

업무성장, 자아실현을 위한 이직 준비

7년 동안 3번의 이직을 통해 4번째 기업을 재직중이다.


[프로 이직러의 이직 여정]

1. SK그룹 계열사: 3년 6개월

2. 교육 대기업: 1년 11개월
3. 게임회사1: 8개월
4. 게임회사2: 1년 재직 중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경력은, 3번과 4번 회사의 경력이다.
1번과 2번 경력은 전통 대기업에서 6년 간 체계적으로 경험을 쌓으며 역량을 성장시켰고 일잘러 선배들을 보며 일하는 방식과 마인드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1&2번에서 3번으로의 이직은 전통 대기업에서 민첩하고 유연한 IT 기업에서 일해보고 싶기에 이직했다.


그렇다면, 동종업계인 3번에서 4번 회사로 이직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3번째(게임회사1) 회사에서 나는 8개월 간 재직하며 소통 확대 미션을 경영진으로부터 받은 후 구성원별 참여 가능한 다양한 소통 프로그램과 신규 입사자 온보딩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입사 4개월 만에 과장으로 승진했고 주변 동료들과 HR 최고 의사결정 책임자의 든든한 지원아래 많은 일들을 수행했다. 좋은 기회로, 조직문화 담당자인 내가 회사를 위해 진행한 일들이 회사 차원의 채용 브랜딩을 목적으로 언론기사에 노출되고 스스로도 몇 차례 사례발표회에 참여하면서 '나'라는 사람을 외부에 알렸다. 그리고 좋은 기회로 스카웃 제의가 왔다. 4번째 회사(게임회사2)가 3번째 회사(게임회사1)보다 업계 내에서 더 큰 회사였다. 처우도 물론 더 좋았다. 집과도 가까웠다. 내적 성장욕구와 커리어 우먼이 되고 싶었던 그 당시 나는 흔들렸고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면 더 재밌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직을 결심했다. 3번째 회사(게임회사1) HR 최고 의사결정 책임자인 상무님도 나를 몇 차례 말리셨지만(지금 잘 인정받고 있는데, 왜 이직하냐? 8개월의 짧은 경력은 향후에 안좋을 수 있다 등의 이유로), 좋은 기회를 날릴 수 없다는 생각에 이직을 결심했다.


그렇게 주변의 만류에도 4번째 회사로 이직한 나, 과연 행복한가?

입사 시, 상위 직책자인 리더께선 나에게 앞으로 그가 나와 펼치고 싶은 조직문화 업무와 관련해 큰 비전을 주셨다. 입사 전, 걱정반 설레임 반으로 찬란한 내 미래를 꿈꾸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비전은 어느 것 하나 달성하지 못했다. 부끄러울 정도다.

우선 주변 환경을 탓하긴 정말 싫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경영진이 HR 영역에 무관심했다. 그들을 만날 수 조차 없었다.(이슈 외, 개선/제안 차원에서의 업무 미팅은 1년 간 2-3회뿐) 1년 동안 단 한번도 조직문화 담당 실무자로서 경영진을 뵙지 못했고 조직문화 방향성에 대해서 논의할 시간을 나의 리더 조차 가지지 못했다. 이슈가 터져야만 문제 해결을 위해 HR은 경영진을 만날 수 있었다. 경영진이 HR에 바라는 역할은 딱 그정도였다. 이슈 터지면 해결하는 조직. 이에 자연스럽게 HR 최고 의사결정자인 CSO님은 자신의 역할이 충분치 못하다며 2년 6개월 만에 퇴사하셨다. 나의 최종 면접을 봐주셨던 분으로, 그 때 CSO님이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쉽지 않은 조직이지만, 절대 흔들리지 마세요. 넘어지면 다시 꼭 일어나세요." 그렇지만 그가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떠나는 그를 보며 나의 next에 대해 고민했다.


1년의 시간은 사실 행복하지 않았다.

재직중인 회사의 사업은 외부적으로 승승장구 했기에, 주변에서 정말 이직 잘했다는 말을 수없이 많이 들었지만 업무적인 성장과 이를 통한 자아실현을 꿈꾸는 나는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뿌듯한 순간 순간들은 아주 찰나였다. 업무역량은 퇴보 하는 것 같았고, 회사의 성장에 단 0.1%도 기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나를 위축시켰다. 과장 직급으로서 조직에서 시니어 이지만, 실제 하는 일은 주임 직급과 다르지 않았고 운영성 업무 중심이었다.


나보다 회사를 오래 다닌 차장님 두 분께 여쭤보았다.

"차장님은 답답하지 않으세요? 하는 일만 수년째 하고 계시면,,"

돌아돈 대답은 신기하게도 두 분이 모두 똑같았다. "여기서 새롭게 할 수 있는건 없어요. 그냥 주어진 일만 하면서 편하게 다녀요. 여기서 '왜' 라는 생각은 이 조직과 맞지 않아요. 그럼 스스로가 많이 힘들어져요. 그냥 내려놓고 기다려요."


새로운 일들을 기획하고 실패에 부딪히며 성장하면서, 스스로 성취감을 느껴온 나는 이런 대답을 들을 때마다 이 조직과 나는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 자신감 많고 당당했던 내 모습은 1년 동안 사라지고 말았다.


1년 동안 초반엔 많은 부정적인 감정이 든 것도 사실이다. 너무나 쉽게 이직 의사결정을 내린 내 스스로에 대한 원망 50%, 현 회사에 상황에 대한 원망 50% 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회사에서 일하며 이직해온 여정은 나 스스로도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고, 업무적으로도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 헛되이 보낸 시간이 단 하루도 없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내 커리어에 스스로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이직 제안을 받고 온 회사에서 처음 '이직 실패'를 경험한 나는 부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초반엔 벗어나지 못했다.

'회사 잘 다니고 있는 나를 왜? 뽑은거야?'

'이렇게 일도 진행안되면서, 왜? 나를 뽑은거야?'
'팀장님이 무능한거 아니야?'

'입사 전에, 왜 그렇게 나한테 큰 비전을 준거야? 취업사기 아니야?'


이런 생각을 수시로 하며 나의 현 상황을 탓하기만 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주변을 탓하고 과거를 탓하기만 하면 나에게 돌아오는건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생각 방식과 행동을 바꾸기로 결심하며 4번째 회사에서의 1년을 돌아보았다.

'조직문화 담당자가 왜 필요할까?'

'회사에서 조직문화가 중요할까?'

'나는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일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진짜 개발자 말대로 제품만 대박나면 문화고 나발이고, 뭐가 중요할까?'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 사람인가?'

'내가 원하는 건 뭘까?'


7년간 달려온 시간들을 쭉 둘러보니, 나는 이직을 선택할 때의 기준이 내가 조직문화 일을 할수만 있다면, 외형적으로(매출/영업이익 등) 큰 회사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내가 어느 산업에, 어느 분야에 관심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그 덕분에 좋은 환경에서 훌륭한 분들과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8년차 조직문화 담당자로서 더 업무를 잘해내기 위해선, 회사의 업의 가치와 미션에 나 스스로 공감하고 회사여야 내가 더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을 주변 동료들과 친구들에게 말하니, 모두가 나에게 말했다.

"그 좋은 회사를 두고 왜 이직을 하려고 해? 회사도 잘나가고 돈도 잘벌고 일도 편하잖아"

"고생 사서 하지마. 업무에 대한 열정? 30대 중반 지나가면 없어져"


그 때마다 나는, 나에게 물었다.

"너. 지금 일도 편하고 바쁘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고 워라밸 최고잖아. 그래도 이직하고 싶어?"

▶ "응"


그렇다. 어쨌든 지금의 나, 현재의 나는, 편안한 것보단 업무 성장을 통한 내적 성취감이 더 필요한 사람이다.
이를 받아들였고, 그래서 나는 네 번째 이직을 준비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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