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미친 성장

토스 제 1호 조직문화 담당자였던 작가가 쓴 『미친성장』은 겉으로 보기엔 “어떻게 하면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이 될 수 있을까”를 다루는 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성장의 출발점을 숫자나 전략이 아닌 “문화”에서 찾는다. 책을 읽으며 계속 느꼈던 점은, 결국 모든 성장은 사람의 행동과 습관,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에서 시작된다는 것였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핵심가치’를 다루는 방식이었다. 이 책은 좋은 핵심가치는 명사형이 아니라 동사형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객 중심”이라는 문장보다 “고객의 삶을 개선하라”가 훨씬 강력한 이유는, 그것이 곧 의사결정의 기준이자 행동의 방향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례와 우수사례를 계속 업데이트해야 구성원들이 “이럴 때 이렇게 행동하는 거구나”를 몸으로 배운다고 말한다. 우리 조직에서 말하는 핵심가치가 과연 포스터에만 걸려 있는 문장인지, 아니면 정말 일의 기준이 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되었다.


핵심가치를 조직에 내재화하는 방법 또한 흥미로웠다. 팀이 스스로 경험한 좋은 순간을 기록하고, 그 경험을 회사의 핵심가치와 연결해보며, 리더가 그것을 직접 인정하고 칭찬해 주는 과정이 반복될 때 비로소 핵심가치가 “남의 말”이 아니라 “우리 팀의 것”이 된다. 교육이나 슬로건만으로는 절대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고, 일상의 장면과 연결될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책은 신뢰를 만드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다룬다. 투명성, 일관성, 공감대, 의미감. 네 가지 단어는 단순하지만, 실제로 지키려면 많은 용기와 꾸준함이 필요하다. 특히 “회의는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는 문장이 인상 깊었다. 성공한 프로젝트보다 실패한 프로젝트의 기록이 더 중요하고, 무엇을 배우고 다음에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인지를 남기는 조직일수록 신뢰가 쌓인다는 점이 크게 와 닿았다. 실패를 숨기는 조직은 결국 학습하지 못하고, 실패를 기록하는 조직은 성장한다.


동기부여에 관한 관점도 인상적이었다. 보상만이 전부가 아니라, 일이 주는 즐거움, 의미, 그리고 성장 경험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총동기 이론’을 소개하며, 리더가 해야 할 일은 구성원들이 작은 성공을 꾸준히 경험하도록 설계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지나치게 높은 목표는 도전심을 자극하기보다 무기력만 학습시키며, 달성 가능한 목표가 반복되어야 조직이 “할 수 있다”는 경험을 축적한다고 말한다. 목표 설정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내가 속한 조직을 떠올리게 되었다.


리더십에 대해 다룬 내용도 마음에 남았다. 좋은 리더는 무엇이든 다 개입하는 사람이 아니라, “언제 개입하고 언제 기다릴지” 기준을 가진 사람이다. 팀원의 역할과 성과 지표를 분명히 하고, 리더가 개입해야 할 시점과 그렇지 않은 시점을 구분하는 것이 결국 팀의 성장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HR 일을 하며, 또 리더 역할을 하며 늘 고민하던 지점이라 크게 공감했다.


피드백과 칭찬에 대한 이야기 역시 현실적이었다. 잘했다는 말만으로는 아무것도 학습되지 않고, 언제 어떤 행동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까지 구체적으로 말해 주어야 한다. 칭찬조차도 학습의 도구라는 사실이 새삼 새로웠다. 그리고 퇴사 경험을 다루는 관점도 인상 깊었다. 사람은 회사를 떠나지만, 회사에서 경험했던 감정과 기억은 남는다. 퇴사자 인터뷰, 퇴사자 굿즈, 알럼나이 네트워크 등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퇴사를 단절이 아닌 전환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흥미로웠다.


책을 덮으며 들었던 생각은 단순했다. 미친 성장은 미친 전략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당연해서 놓치기 쉬운 것들을 남들보다 더 집요하게, 더 꾸준히, 더 성실하게 실행하는 조직에서 나온다. 핵심가치, 신뢰, 목표, 피드백, 퇴사 경험까지. 이런 것들을 얼마나 진지하게 다루는지가 결국 조직의 미래를 결정한다. 그래서 나에게 이 책은 “성장은 결국 문화의 결과”라는 말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남았다. 내가 속한 조직의 핵심가치는 정말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고 있을까? 실패는 기록되고 있을까? 목표는 도전적이면서도 달성 가능하게 설계되고 있을까? 피드백은 충분히 구체적인가? 그리고 떠나는 사람들 역시 우리의 문화 경험자로 존중받고 있을까? 아마 이 질문을 계속 붙잡고 있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건강한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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