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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봄 May 06. 2024

브런치 작가 은수_ 현무암 사이의 들꽃 같은 그녀

내 이웃의 지혜 03

은수 작가님에게서 풍기는 이미지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작가님은... 현무암 사이에 핀 들꽃 같아요. 

현무암을 보면 도무지 꽃이 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유심히 바라보면 현무암은 많은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 계절이 바뀌면 그 계절에 맞는 생명의 모습을 드러낸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일 년이 지났다. 새 글을 발행하면 라이킷을 눌러주시고 또 구독을 해 주시는 감사한 분들이 많아졌다. 내가 그분들의 브런치를 하나씩 찾아가서 똑같이 응원해 드려야 하는데 그걸 못하는 내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분들은 내 마음을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기로 한다. 글을 쓰는 마음과 글을 읽는 마음이 만나고 있을 거라 믿는다. 글을 읽다 보면 아.. 이분은 개인적으로 한번 만나 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 중 나의 첫 번째는 제주 사는 은수 작가님이다. 내 글에 첫 댓글을 달아주고 지금까지 변함없이 응원해 주는 분이다. 아마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한 것 같은데 그녀는 놀라운 필력으로 이미 넘사벽의 위치에 가 있다. 그래서 가끔은 글을 읽고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나오기도 한다. 그래도 그녀는 내가 다녀간 것을 알고 있으리라 믿으면서...


23년도 4월 말 즈음 제주도 바닷가에 앉아서 글을 쓰면서 은수 작가님이 제주도에 계시는데 그분은 어디 즈음 계시려나 이런 글을 남긴 적이 있는데 그 글을 읽으시고는 감사하게도 미리 알려주었으면 고사리 들고 공항으로 배웅이라도 나갈 텐데 언제고 다시 방문하게 되면 꼭 연락하라 답글을 남기셨다. 


사회생활 하다 보면 언제 밥 한번 먹자. 다음에 꼭 만나자. 이런 말을 많이 주고받게 된다. 그녀와의 대화도 그런 인사치레로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이상하게 다음에 입도하면 꼭 연락하라는 그 말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그리고 꼬박 1년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제주도 찾아가게 되었다. 


3박 4일 기간 동안 꼭 해야 할 일은 딱 3개만 정했다. 영실오름에 오르는 것, 은줄 같은 긴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내 영혼의 우물 같은 분을 만나는 것, 그리고 은수 작가님을 만나는 것...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미리 약속을 잡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나는 어쩌면 아주 무례하다 생각될 만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아주 예전에 우리 핸드폰이 없었을 때, 첫눈이 오면 kbs홀 앞에서 만나자. 딱 2시간만 서로 기다리자. 이런 약속을 하고서는 눈이 왔을 때 무작정 kbs홀로 달려갔던 그때의 감성으로 작가님께 메일을 보냈다.

작가님 저 제주도 왔어요. 시간 있으시면 한번 뵙고 싶어요. 제 연락처 남기니 보시면 연락 주세요.

하루가 지났지만 답장이 없었다. 메일을 매일 확인 안 하실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가장 최근 글에 다시 댓글을 남겼다. 


작가님. 저 제주 왔어요. 메일 확인해 주세요. 

짧은 여행길이었지만 관광이나 올레길 걷기 이런 목적으로 제주도에 들어간 것이 아니기에 그날 하루는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았다. 언제 댓글을 읽으실지, 언제 메일을 읽으실지 몰랐기에 온전히 그날 하루는 작가님을 만나고 자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낼 참이었다. 다행히도 작가님과 연락이 닿아서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 


제주도 현지인이 소개하는 맛있는 파스타 집에서 밥을 먹고,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내 품으로 날아드는 것 같이 가까이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을 만나는 것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참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못다 한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는 작가님은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내게 꼭 나이기에 쓸 수 있는 글을 쓰면 좋겠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 주셨다. 


헤어지기 전 작가님과 포옹을 했다. 그녀의 굳은 등과 어깨가 내 마음 깊은 곳에 와 닿았다. 

글을 통해 삶의 묵직함을 풀어내고 계신 것이라 생각했다. 그 묵직함이 솜털같이 가벼워질 그날이 곧 오리라 생각해 본다. 작가님의 글이 많은 분들에게 치유와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작가님의 북토크 날 객석 1열에 앉아 눈 맞추고 있을 것을 상상하니 저절로 미소가 드리운다. 

   

https://brunch.co.kr/brunchbook/seminij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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