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봄 Jun 09. 2024

임윤찬을 듣는다

나의 심장을 뛰게 하는 피아니스트

제가 원하는 소리를 찾을 때까지 연습을 해요. 한 음이 마음에 들면 다음 음으로 넘어가는 거죠. 한 음절을 완성하는데 2시간 이상 걸리기도 해요.


악보를 보면서 생각을 하죠. 작곡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썼을까? 저만의 해석을 하는 거예요. 계속 사색을 하다 보면 내 가슴속에 들어오는 소리가 있거든요. 그 소리를 찾기 위해 연습하는 거죠."


예전에는 한음한음 틀리지 않고 치려고 노력했는데 지금은 표현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요. 바람이 불 때 나무 둥지는 흔들리지 않지만 나뭇잎은 흔들리는 것처럼 그 곡의 근본을 해치지 않으면서 제 해석대로 자유롭게 연주하는 게 너무 좋아요.


음악이야기, 음반 이야기, 연주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할 얘기가 너무 많아요. 다른 것들을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


클래식 공연할 때 연주자가 나와서 인사하고 피아노 앞에 앉으면 조명이 켜지고, 공연 중에는 숨을 죽이고 커튼콜을 몇 번씩하고 그런 것들이 참 불편했어요. 나는 피아노만 잘 연주하면 되는데 형식에 너무 얽매이는 것 같아서 싫었거든요. 그래서 인사도 대충 하고 그랬는데... 그분들이 제 공연을 보시기 위해서 큰돈을 내시고 또 멀리서 오시고 하는 걸 알게 되면서 관객분들께 최선을 다해야겠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피아노를 점점 더 못 치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제일 자신 있고 잘 쳤을 때는 14살? 15살? 그때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피아노와 함께 산속에 들어가서 피아노만 치면서 살고 싶었거든요. 그만 큰 몰입 해 있었고, 피아노와 대화하는 것이 너무 행복했었고 지금보다는 훨씬 더 자유롭게 표현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성숙한 스무 살이 있을까? 요즘 푹 빠져있는  피아니스트 찬의 인터뷰를 유튜브에서 골라서 무한 반복해서 듣고 있다. 인터뷰를 하는 눈빛이 깊은 호수를 닮았다 생각했다. 호수에 햇살이 내려앉아 일렁일 렁이며 반짝이는 것처럼 피아노에 대한 애정으로 눈빛을 반짝인다. 차분한 음성으로 느리게 말하지만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인터뷰하는 것이 너무 불편하지만 할 말은 다 해야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피아노와 사랑에 빠진 연주자

표현해 보고 싶은 레퍼토리가 너무 많고 악보 연구하는 것이 제일 재미있다는 연주자

20세기의 유일무이한 피아니스트로 전 세계 클래식팬의 인정을 받고 있는 연주자

지휘자를 눈물짓게 하는 표현력을 가진 연주자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연주자

지금 우리나라가 음악계는 이런 연주자를 국내교육으로 배출했다는 뿌듯함에 들떠있다.


임윤찬은 7살에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웠다. 다른 친구들도 태권도, 미술, 음악 하나씩은 하기에 뭐라도 하나 해야 하나 싶어서 시작한 것이 피아노였다. 왜 다른 악기를 배워 볼 생각은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우리 동네에 피아노학원만 있었어요. 피아노 말고 다른 악기가 있는지 몰랐어요'라고 말한다.  표현이 너무 재미있었다. 나도 모르게 큰 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렇지 웬만한 동네에 피아노, 태권도, 미술 학원은 다 있다. 다른 악기나 운동은 좀 큰 주거단지나 발달된 도시에서는 찾을 수 있지만 보통의 동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처음 윤찬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학원 선생님께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초등학교 졸업 후 예원학원에 입학해서 수석 졸업을 했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해서 공부를 했다.

 

임윤찬이 천재소년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나라 음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파들이 주류를 이루는 음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나타낸다. 임윤찬은 순수 국내파이다.

국내에서 공부해서 윤이상 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조금씩 이름이 알려져서 국내 교향악단과 몇 차례 협연을 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민수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공부를 하고 해외 유명 콩쿠르에서 우승을 하면서 스타가 되었다. 지금은 지도교수와 함께  미국 보스턴에서 유학하면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민수 교수님은 임윤찬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국제 콩쿠르 대회 참가를 권했다고 한다. 모든 국제 콩쿠르는 정해진 곡을 연주해야 하는데 클라이먼은 연주자의 자유로운 곡 선택이 가능한 콩쿠르이라서  임윤찬에게 적합하다 판단해서 그 대회를 골랐다고 한다. 임윤찬의 음악적 재능과 연주자로서의 특성을 알아보고 그 능력을 펼칠 수 있게 인도해 준 스승이 있었던 것이다. 임윤찬은 자신에게 가장 큰 영감과 가르침을 주는 사람으로 민수 교수를 꼽았다.


피아노를 사랑하는 제자와 그를 가장 잘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스승, 그리고 스승의 지도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면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제자 그 두 사람의 이야기가 너무 따뜻하게 들렸다.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 유튜브 영상을 보면 40여분의 연주 끝에 마지막에 지휘자가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 콩쿠르에서는 현대적인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임윤찬은 우승 이외에도 2개의 상을 추가로 받았다. 주최 측이 대회의 성격과 가장 잘 맞는 연주자에게 주는 상과 청중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연주자에게 주는 상을 동시에 받았다. 2022년 반 클라이번은 임윤찬에게 헌정되었다.


아.... 나는 조금 더 빨리 임윤찬을 알아챘어야 했다. 2024년 6월 거의 1년 만에 한국으로 귀국해서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리사이틀을 하고 있는데 이미 모든 도시에서 표는 매진되었다. 구할 수가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근을 뒤적였다. 엄청나게 비싼 값으로 팔리고 있다. 딱 1자리만 있으면 되는데 2자리 연석으로만 판매한다고 쓰여 있다. 석의 가격은 60만 원이다. 흑흑 너무 비싸다.... 현장에서 연주를 듣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현실의 벽이 높다.


늦어도 26년에는 다시 들어와 연주회를 해 주겠지? 그런 기대로 24년은 정규앨범으로 발매한 쇼팽의 에뛰드 연주를 들으며 사계절을 느끼고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은 희열을 느끼고,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폭풍을 맞고 서 있는 듯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보아야 겠다. 런 멋진 연주자의 곡을 무한반복하면서 들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 임윤찬의 연주를 꼭 들어보세요. 가슴 뛰는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작가 은수_ 현무암 사이의 들꽃 같은 그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