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너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모르겠지만 매 순간 현실에 무너지고 너 자신이 싫어지거나 초라해 보일 때 언제나 자신감 넘쳤고 두려울 것이 없었던 너를 들추어 볼 수 있으면 좋겠어.
너 스물두 살 때 기억해?
얼마나 강했는지?
멋있었는지?
거침없고 당당했는지?
너의 삶이 늘 평온할 수 없겠지만 결국 그 모든 과정 속에서 넌 담담히 너의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거라 믿어.
봄날의 숲이 맑은 공기를 내뿜듯이 넌 싱그럽게 멋있었던 사람이야.
너를 응원해. 영원히
평균 22세 저와 함께 군 생활을 했던 수많은 청춘들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저는 무신론자이지만 신이 있다면 그분이 제게 주신 큰 선물 중 하나는 수많은 청춘들의 고민과 방황의 시간을 함께 고민하고 조언하고 감싸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까지의 지휘관, 참모 다양한 부서의 참모 역할을 수행하면서 어른으로 가는 진통을 겪고 있는 20대 초반의 병사들과 많이 부대끼며 살았습니다. 항상 20대 청춘들과 뛰고 구르며 살다 보니 나이 들어가는 줄은 몰랐었지요. 어느 날 면담하다 병사의 어머니 나이가 저보다 더 어린 분이라는 사실을 알고 아주 많이 당황했습니다. 말썽쟁이 동생들로 만난 그들이 어느새 아들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죠.
돌이켜보면 우리 병사들 때문에 힘들고 아팠던 일도 많지만 행복하고 즐겁고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더 많았습니다. 작은 행정보급관으로 불리며 부대의 모든 곳에 신의 손으로 존재했던 마을 이장이 꿈이었던 상희, 눈꼬리가 내려간 귀여운 웃음, 싹싹, 성실했던 지금은 만인의 별이 된 찬원이, 사슴같이 초롱한 눈빛과 차분한 말씨로 늘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 크리에이터 승문이, 모델 뺨치는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수줍음이 더 매력 있었던 배우 지망생 장규까지..
분명 모두 나이는 어렸지만 하나씩 배울 점이 있었던 그 친구들의 현재가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라도 힘들게 지내고 있을까 걱정도 됩니다. 제 마음속에 영원히 봄날 숲 속의 공기처럼 싱그럽고 맑았던 그들을 기억하며 지금은 서른, 마흔 중턱을 넘어가고 있을 그러나 나에게는 영원히 빛나는 20대 초반의 싱그러운 청춘인 그들에게 전합니다.
그 누구보다 빛났던 그들의 청춘, 그들은 잊었겠지만 나에게는 감동이었던 찬란했던 그 순간을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그때의 너도 지금의 너도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