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테마의 장단점 제대로 알기
최근에 꽤나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같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던 기획자와 레퍼런스로 블라인드 앱을 이야기하다가 함께 앱을 켰는데 나는 블랙 색상, 기획자는 화이트 색상이 아닌가! 지금까지 익명의 커뮤니티 앱이라는 특성 때문에 블랙이 디폴트 색상인 줄 알고 있었는데 나는 블라인드 앱의 다크 테마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었다.(기획자는 반대로 블랙 색상의 블라인드를 처음 본다고 하였다.)
사용하는 핸드폰의 설정을 다크 모드로 해놓았기 때문에 내가 사용하던 모든 앱들이 자동적으로 다크 모드가 적용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창 너도나도 다크 테마를 적용하며 유행했었던 때가 있었다. 다크 테마는 하나의 트렌드처럼 자리 잡았고 트렌드를 좀 안다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앱, 웹 서비스 색상을 모두 다크 테마로 변경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매년 나오는 팬톤 컬러처럼 다크 테마가 하나의 유행으로 끝날 줄 알았으나 2022년 지금까지도 올해의 10가지 디자인 트렌드에 나올 정도로 그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2022년 10가지 디자인 트렌드
- 모션 및 애니메이션
- 제스처 및 스와이프 경험
- 90년대 스타일
- 그래픽의 깊이
- 다크 모드
- 타이포그래피
- AR과 VR
- 그라디언트 및 투명 요소
UX 툴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피그마 또한 2022년 05월 10일 다크 테마를 오픈했다.
이제 다크 테마는 옵션이 아닌 서비스의 기본이 되고 있다.
특히 게임과 관련된 서비스를 보면 거의 대부분이 다크 테마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 또한 P2E 게임 사이트 작업을 할 때 블랙 색상을 기본으로 하여 작업을 할 때가 많은데, 갑자기 왜 게임에서는 블랙 색상이 많이 사용되는지가 궁금했다.
오늘 이 궁금증을 다크 모드의 장단점에 대해 알아보며 풀어보려 한다.
처음 애플은 다크 테마에서 글 읽기가 더 쉽다고 하였지만 대부분 연구에서 밝은 배경에서의 어두운 요소들이 더 보기 쉽다고 밝혀졌다. 흰 배경 위에 검은 글자가 가독성, 판독성, 가시성에서 모두 우수하다는 것이다.
출처 : https://tidbits.com/2019/05/31/the-dark-side-of-dark-mode/
정보를 강조해야 하는 서비스에서는 다크 테마가 유리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길어지거나 유저가 콘텐츠를 정확히 읽어야 할 때는 밝은 배경에 어두운 글씨가 좋다.
MIT Agelab의 Jonathan Dobres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야간보다 주간에서의 판단이 더 빨랐고 다크 테마보다 라이트 모드에서 더 콘텐츠를 잘 읽었다. 낮에는 명암의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야간에는 라이트 모드에서 다크 모드보다 성능이 향상되었고 어두운 곳에서 작은 글꼴을 읽을 때 라이트 모드보다 다크 모드에서 읽는 것을 훨씬 더 어려워했다.
구글은 유튜브 다크 모드에서 배터리가 최대 60%까지 절약된다고 하였지만 이는 OLED 스크린일 때만 해당된다. OLED 또는 AMOLED 디스플레이는 각 픽셀이 개별적으로 켜진다. 흰색 배경이면 모든 픽셀이 켜지고 어두운 보드에서는 어두운 블랙 픽셀이 완전히 꺼지기 때문에 배터리가 절약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OLED라고 하여도 True Black #000000이어야 픽셀이 완전히 꺼지게 되는데 머터리얼 디자인에서 추천하는 다크 테마 배경 색상은 #121212이며 실제 디자이너도 트루블랙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다.
실제 일반적인 다크 테마에서 배터리는 0.3% 정도 절약되어 사용자가 거의 인지할 수 없다.
블루라이트가 눈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다. 그래서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별도로 구매해 착용하기도 한다. 블루라이트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밤에 적절한 수면을 취하는데 필요한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어 수면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다크 테마를 사용하게 되면 블루라이트가 감소하고 조도가 낮기 때문에 눈이 부시지 않아 눈에 피로가 덜 간간 다는 장점이 있다. 어두운 밤에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이 눈 건강에 좋지 않지만 그래도 어두운 환경에서 휴대폰을 사용한다면 다크 테마를 사용하는 것이 라이트 테마를 사용하는 것보다 무리를 덜 줄 수 있다.
하지만 난시의 경우는 다크 테마가 더 눈의 피로를 증가시킬 수 있다. 빛이 적은 어두운 것을 볼 때 우리의 홍채는 커지게 되는데 홍채가 커지게 되면 이미지가 흐릿해지고 난시가 있는 사람은 초점을 맞추기 위해 눈에 힘을 더 주어야 하기 때문에 다크 모드를 볼 때 눈이 더 피로할 수 있다. 또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동공의 크기가 줄어드는데 동공 크기가 작으면 눈에 적은 양이 빛이 들어와 조명이 낮을 때 특히 밤에 텍스트를 읽기 어렵다. 그래서 노인 분들은 다크 테마보다는 라이트 테마를 사용하는 것이 눈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
쉽게 영화관을 생각해보자. 영화관은 영화를 상영할 때 주변 환경을 어둡게 하여 관객이 화면에만 집중하게 한다. 외부와의 차단을 통해 콘텐츠에 집중도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넷플릭스나 왓챠 플레이만을 보아도 영화관의 느낌을 주기 위해 다크 테마를 디폴트로 사용하고 있다.
명도가 낮으면 축소되어 보이고 명도가 높으면 확산되어 보이는데 검은색은 수축 색, 흰색은 팽창 색으로 검은색일 때 집중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영상 콘텐츠일 때 적용될 수 있으며 유저가 오랫동안 무언가를 읽어야 할 때에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가독성이 좋은 라이트 테마가 더 좋다.
다크 테마가 주는 대표적인 감성 키워드는 Premium, Private이다.
쉽게 크롬의 시크릿 탭을 생각해보면 구글에서 시크릿 탭은 다크 모드가 디폴트로 되어 있어 비밀적이고 사적인 공간임을 나타낸다.
또한 블랙은 세련되고 고급스러움을 주는 색상이기 때문에 Apple의 기기 소개 페이지부터 카카오 블랙, 우버 블랙처럼 프리미엄 이미지를 주기 위해 이름부터에서부터 블랙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서비스는 다크 테마를 통해 프리미엄 또는 사적인 공간, 프라이빗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다크 테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건 내가 몸담고 있는 블록체인, NFT, 게임에서 다크 테마/ 블랙 색상을 메인으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다크 테마를 고민할 필요 없이 언제나 라이트 모드, 화이트 색상을 디폴트 값으로 시안을 잡았는데 일하고 있는 산업분야가 바뀌고 나서부터는 블랙 색상을 거의 디폴트 값으로 두고 작업을 하고 있다.
위의 조사를 통해 왜 게임업계에서 블랙 색상을 많이 사용하는지에 대한 결론은 아래와 같다.
첫째, 게임은 영상위주의 콘텐츠이다.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사이트만 하더라도 메인에서부터 게임 소개까지 정적인 이미지가 아닌 실제 게임이 구동되는 영상을 보여준다. 또한 게임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적인 서비스이다. 따라서 라이트 테마보다 다크 테마가 유저가 더 서비스에 몰입하기에 효과적일 수 있다.
둘째, 게임은 저녁에 가장 많은 트래픽이 일어난다.
게임은 저녁 시간대에 가장 많은 트래픽이 일어나는데 어두운 환경에서의 다크 테마는 눈의 피로도를 줄여주고 유저가 더 편안하게 게임을 즐기고 탐색할 수 있게 도와준다.
셋째, 프리미엄/프라이빗한 느낌을 제공한다.
P2E 게임의 경우 게임에 사용되는 NFT 아이템, 캐릭터, 거버넌스 토큰 등 비용이 많이 소비되고 높은 금액을 지불할수록 더 좋은 아이템을 가질 수 있다. 이렇기에 캐주얼한 게임이나 무료로 제공되는 게임들이 라이트 모드/ 화이트 색상의 사이트가 많은 반면 대체적으로 연령대가 높고 실제 돈이 많이 투입되는 게임의 경우는 다크 테마가 많이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도가 높은 VIP 카드, 멤버십이 블랙이듯 게임이 제공하는 프리미엄, 프라이빗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블랙 색상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위에 정리한 것은 내가 조사한 다크 테마의 장단점을 기반으로 추측을 해 본 것이지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떠한 것이던 '그냥', '이유 없이' 사용하는 것은 없다.
정확이 이 이유 때문에 하는 것이다라고 하진 않아도 우리가 본능적으로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디자인을 할수록, 연차가 쌓일수록 이유 없이 당연하게 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점점 무뎌지기보다는 더 궁금해하고 날카로워질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겠다.
-끝-
p.s 여러분의 산업에서 당연시하고 있는 것 중 이유를 모르는 것들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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