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정말 솔직해 지자!
지금 다니는 회사를 선택하게 된 건 큰 이유는 없었다.
캐나다 유학이 코로나로 인해 무산되고(1학기만 하고 바로 휴학행..)
어쩔 수 없는 취업이었기에 그랬다.
유학을 가려고 했던 이유는 해외에서 취업을 하기 위해서였고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었으니
휴학을 하고 일단 취업하자가 취업의 동기였다.
그래서 집 가까운 곳. 그래도 이왕이면 누구나 말했을 때 아는 곳으로
취업을 하자 했고 그게 바로 지금의 회사다.
1년 내에 팀장이 3번 바뀌었고, 팀원들도 계속 바뀌었다.
사실 팀장과 팀원들이 바뀌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업무적으로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비전이 있는지,
지금 하는 일이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답을 끝까지 찾지 못했다.
정시퇴근을 할 수 있었기에 계속해서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 하루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의 시간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내가 준비하는 영어시험을 공부했으면 벌써 점수를 받았을 텐데.
이 시간에 차라리 여행을 다니면 더 행복할 텐데.
이 시간에 책을 읽어도 몇 권을 읽을 텐데.
라는 식으로 자꾸 이 시간에 할 수 있는 일들과 회사에서의 시간이 비교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직을 결심했다.
이직을 결심했던 적이 2021년 1년 동안 정확히 두 번이었는데,
첫 번째는 신규 입사했던 디자인 리드가 3개월 만에 퇴사했을 때.
이 디자이너 사수를 내가 굉장히 좋아했고 옆에서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이 분이 그만두는 것을 보고 아 여기 정말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여러 군데에 포트폴리오를 넣고 최종까지 되었으나
연봉협상에서 조정이 되지 않아 첫 번째 탈출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1년도 다니지 않은 회사의 연봉에서
또 연봉을 이만큼 올려달라고 했으니.. 조정이 되지 않을 법도 했다.
이 때는 회사생활도 만족스럽지 않았고
그렇다고 이직을 성공하지도 못했고,
영어공부는 영어공부대로 힘이 들어서
내가 이 정도인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인데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건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 감사해하며 만족하며 다녀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자존감이 와르르 무너지는 시기였다.
그리고 두 번째 이직 결심의 시기.
또다시 팀장이 바뀌고 팀원들도 신규 사원으로 모두 바뀌었던 시기였다.
여기에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겠지만 내 상식선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많았고
일적으로나 사람 관계적으로나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 탈출 시도가 시작되었다.
사실 능동적으로 '어디를 지원해야지!'는 아니었으나
링크드인을 통해 잡 오퍼가 몇 군데서 들어왔고 충분히 관심이 가는 회사들이었다.
이렇게 들어온 이직의 바람은 능동적으로 몇 군데 나 또한 지원하게 하였고
결국 두 곳에 붙게 되었다.
두 곳에 붙게 되니, 취업 전보다 더 극심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둘 중 하나를 딱 하고 고르기에는 두 개의 회사 모두
각자의 장단점을 명확히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두 개의 회사를 두고 고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나는 내 마음 깊이 들어가 보기로 했다.
가장 솔직하게 나의 마음을 정리하면서 선택해보기로 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은
내 목표였고,
내가 왜 흔들리고 고민했는지에 대한 이유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내가 맡게 될 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한국 지사 게임회사로 유명 NFT 브랜드의 자회사이다.
현재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게임들의 아이템을 NFT 화하여 P2E 게임을 개발 및 론칭 중이다.
여기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모회사 소속 게임회사들의 게임 아이템들을 거래할 수 있는
NFT 마켓플레이스와 코인 지갑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A회사의 장점
1.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근무할 수 있다.
2. 튼튼한 모기업과 여러 문화권의 다양한 계열사들과 함께 다양한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3. 최종 꿈인 미국 취업을 위한 발판이 된다.
(CEO 면접 때 본사에서의 근무를 원할 시 비자를 보장해준다는 이야기를 했다.)
4. 게임산업이라는 새로운 사업에서 일할 기회를 갖는다.
5. 큰 회사를 모회사로 갖고 있기 때문에 각 계열사에서 나오는 코인 직원가 구매를 베네핏으로 제시받았고, 스톡옵션이 있다.
6. 블록체인 기술, NFT, 메타버스 미래산업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체득할 수 있어 앞으로의 이직에도 도움이 된다.
7. 일할 때 영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공부와 유학 준비에 도움이 된다.
8. 여러 일들을 주체적으로 끌어갈 수 있는 롤이 주어지며, 재미있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A회사의 단점
1. 연봉협상이 내 마음껏 되지 않았다.
2. 스톡옵션과 코인이 베네핏이라고 했지만 정확하게 금액이 얼마인지 계약서에 적혀있지 않고, 회사 또한 정확한 양은 말할 수 없다고 하여 석연치 않다.
3. 미국으로 가는데 과연 도움이 될 만한 커리어가 되며, 실제 비자를 보증해주어서 본사에서 일할 수 있을지불확실하다.
4. 디자인 시스템을 내가 처음부터 구축해야 하고 조언을 듣고 배울 동료들이 많지 않다. (게임 디자이너는 많으나 UX 디자이너 수는 적은 걸로 들었다.) 나는 아직 배워야 할 단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짜인 프로세스를 한번 겪어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현 회사에서도 경험하지 못해서 다음 회사에서는 경험하고 싶었다.
5. 한국에서는 NFT라는 것과 P2E 게임이라는 것이 생소하기에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 설명하기가 어렵다. 즉, 남들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하기가 힘들다.
6. 한국에서의 인지도가 낮다.
7. 미국 회사이기에 정확한 회사에 대한 규모를 알기가 어렵다.
국내 이름만 대면 아는 증권사. 나는 그곳에서 기존의 앱과 신규 앱 관련 UI를 맡게 된다.
디자인 시스템, 외주 관리, 디자인 등 지금까지 했던 일과 비슷하지만 금융이라는 새로운 산업에서 일하게 될 기회이다.
내가 생각하는 B회사의 장점
1. 연봉이 높다.
2. 국내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이다.
3. 경험이 많은 개발자, 동료, 사수를 만날 수 있다.
4. 금융이라는 분야에 첫 발을 내디뎌 이후에 이와 관련된 산업군으로 이직하기가 쉽다.
5. 큰 회사이기 때문에 잘 짜인 체계 속에서 근무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B회사의 단점
1. 기업문화가 굉장히 수직적이라고 들었다.
2. 큰 회사이나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아 업무 프로세스와 체계가 잘 짜여 있을지 의문이다.
3. 만약 이곳에 가게 되면 타 회사로 옮기는 게 힘이 들 수 있고 안주하게 될 것 같다.
4. UX 설계와 UI 디자이너 직군을 나눠 놓은 것으로 봐서 내가 가게 된다면 설계 쪽은 관여하기 힘들고 단순히 GUI만 그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머리로 정리되지 않는 것들을 글로 적으면 명확히 정리될 때가 있다.
이번과 같은 고민이 생겼을 때에도
내가 왜 고민을 하고 있는지, 왜 선택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찾는 게 필요했다.
두 가지 회사의 장단점을 적으면서
아마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면서 애써 부정하려고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내 최종 목표는 해외에 나가서 글로벌 서비스를 오픈하는 것.
다양한 문화권의 동료들과 함께 사회에 정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오픈하는 것. 이였다.
그래서 계속 외국 유학을 준비하고 시도했던 것이고 영어공부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하지만 '돈'이라는 것 앞에
'사람들의 시선'이라는 것 앞에
'불확실성'이라는 것 앞에
선택을 망설였다.
B회사에 가면 누구에게 말해도 알 수 있는 회사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높은 연봉에 대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자기 합리화로 한국에서 돈을 더 많이 벌어야 미국 유학 시 필요한 돈을 더 빨리 모을 수 있다라고도 생각했다.
A회사는 두려움이 컸다.
B회사라는 안정적인 선택지를 두고 내가 A 회사를 갔을 때 나는 과연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내가 원했던 미국 비자 보장이 되지 않는다면?
주기로 한 스톡옵션과 코인을 주지 않는다면?
A회사가 내 비자 보장만 레터에 명확하게 써줬다면
내가 원하는 만큼 연봉을 맞춰줬다면
복지가 더 좋았다면
고민도 안 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이 사람들 또한 나를 무엇을 믿고 3년 동안이나 나오는 비자를 보장해줄 것이며,
1년도 안 다닌 회사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의 연봉을 올려줄 수 있을까.
내가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특출 난 디자이너도 아닌데 말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A 회사를 선택했다.
나에게 영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내 꿈을 위해 필수적이고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A회사는 모든 게임들이 글로벌 서비스로 오픈되고
주 타겟층이 미국과 유럽이기 때문에 모든 디자인과 문서들이 영어로 커뮤니케이션된다.
또한 샌프란에 있는 본사를 포함하여 미국, 중남미 등 다양한 곳에 위치한 회사들과 줌을 통해 회의를 하고
협업하기 때문에 미국을 가기 전 미리 미국(?) 같은 환경에서 근무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러한 경험들은 내가 가고자 하는 목표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기에
돈 앞에서 남들 시선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내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안 그런 척 하지만 실제로는 나도
내가 손가락질하는 속물적인 면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목표가 명확하다면
이러한 유혹들에 잠시 흔들릴 수 있으나 다시 바로 서서 내길을 갈 수 있다.
어느 쪽을 선택했던 아쉬움 없는 선택이란 없다.
하지만 이 아쉬움보다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만족감이 크도록 새로운 직장에서 또다시 열심히 해보아야겠다.
-끝-
p.s 회사를 다니기 전 써놓은 글이라 이 글을 발행하는 지금은 벌써 회사에 입사 후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입사 후 실제 다니고 있는 후기도 조만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I'll be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