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처럼 내내
춘천은 한자로 봄 춘(春), 내 천(川)자를 쓴다. 그래서 봄내라는 이름을 춘천내에서 자주 사용한다. 시정소식지의 이름도'봄내'이고 지나다니다 보면 봄내라는 이름이 붙은 상호를 꽤 많이 볼 수 있다. 봄내떡집, 봄내극장, 봄내병원, 봄내체육관 등등 우리집 근처에는 봄내살수라고 물 뿌리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봄내라는 이름을 들으면 춘천이라는 것을 모르지만 춘천에 사는 사람들에게 봄내는 무척 친근한 이름이다. 나도 그러한 영향을 받아서 처음에 춘천에서 활동할 때 '봄내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명을 사용하며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춘천으로 이주한 다른 분의 말로는 전국에서 지명에 "봄"이 들어간 곳은 춘천밖에 없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봄내(춘천)에서 생활하며 다 좋았던 일들만 있는 건 아니었지만 서울에서와는 다른 지점이 지역주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다는 부분이다. 서울에서는 여러 활동들이 있고 사람들도 많다보니 여러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다채로운 대신에 프로젝트가 끝나면 바로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가며 반대로 고립된다는 느낌이 든다. 대신 지방에서 활동하면 새로운 일들이나 실험적인 작업들을 만날 일은 덜하지만 사람들간의 관계형성과 삶의 영역과 예술 작업의 영역이 교차되는 흥미로운 지점들이 생겨난다. 형성되는 시간은 오래 걸리더라도 조금 더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느낌이 있다. 그 유기적이라는 것이 꼭 좋은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 관계들이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개인의 활동에서 같이 활동을 할 수 있는 단체로서의 활동을 바라보고 꿈꾸게 되었고 2024년을 시작하며 단체를 만들게 되었다. 이름은 이전부터 생각했었던대로 어떤 사람은 유치하다고 하기도 했지만 봄내춤단이라는 이름으로 결정하였다. 무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공개 모집으로 진행하며 오디션을 운영하였고 생각보다 여러 사람의 관심과 지원을 토대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전에도 단체에서 활동하거나 리더를 맡아서 운영한 적도 있었지만 순수하게 나의 의지로 시작하여 운영하게 된 단체는 처음이었기에 열정과 기대도 컸었다. 매주 정기 모임을 가지고 자체 공연도 진행하면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즉흥춤 워크숍을 열기도 하고 단원들이 한 명씩 안무를 해보기도 하는 등 각 단원들의 색깔과 움직임 언어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라며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서로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흔들리는 파도 위에서 조정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과연 이 춤단의 끝이 어떨지 앞으로 어디에 가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몸이 있는 곳에 춤이 있다'라는 모토를 바탕으로 다양한 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움직임과 춤으로 펼쳐보이고 싶다. 춘천으로 처음 이주하고 나서 생각보다 여러 관심을 받고 재미있는 활동들을 진행해 볼 기회를 얻었었다. 그 당시에는 하나씩 해나가는 거 자체가 즐거웠고 막연한 기대감도 꽤 컸었던 듯 하다. 이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예술가로서도 한 명의 지역주민으로서도 작품과 지역의 삶에 대해서 고민이 들고 있다. 지역살이의 사춘기가 시작된 것만 같다. 그래도 같이 춤추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할 때가 있고 계속해서 건강하게 더 많은 사람들과 춤을 추고 싶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이름처럼 '봄처럼 내내' 춤을 출 수 있기를 바란다. 같이 추는 춤이 더 즐거우니 함께 춤을 추고 싶다. 언젠가 소중한 "봄내춤판"이 벌어지기를 기대하며 '춘천에서 춤추며 삽니다'는 잠시 쉬어가며 또 다른 춤들과 이야기들을 쌓아가고자 한다. 모든 몸에게 즐거움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https://youtu.be/J4SkwJE8fDE?si=Acm3Xm_caSLLdu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