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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마당

춘천에서의 삶, 공연을 상상하게 되었던 곳

by 봄내춤

전국에는 몇 개의 상상마당이 있다. 거의 처음(군입대까지 생각하면 두 번째) 춘천을 방문했을 때 춘천에 있는 상상마당에 방문했었다. 본래 건축가 김수근 선생님의 작품으로 1980년 춘천어린이회관으로 개관했던 곳이었는데 34년이 흘러 2014년 지금의 상상마당으로 조성되었다. 김수근 건축가는 붉은 벽돌을 사랑한 작가로도 유명한데 서울 혜화역에 가면 볼 수 있는 아르코 미술관, 아르코예술극장, 서울대병원연구소 등 붉은 물결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상상마당 춘천은 위에서 바라보면 마치 붉은 나비가 날아가는 듯도 하고 반대편에 보이는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진 구조물을 보고 있으면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앞에 의암호도 있어서 지금도 가끔씩 방문하면 자연스럽게 그 풍경에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IMG_1952.jpg 위에서 바라본 모습 건축물의 상부가 산등성이와 함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상상마당에는 갤러리가 2개 있고 위의 사진에 보이는 야외공연장과 실내에 사운드홀 극장이 있다. 댄싱카페인 카페도 있어서 사람들이 들러서 시간을 보내며 자연과 문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처음에 방문하고 그 모습에 반해서 춘천으로 오고 싶다는 생각을 시작한 계기도 되었다. 공연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극장보다도 앞에 트여 있는 공간에서 자연을 배경으로 춤을 추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그 바람을 이룰 수 있었다.

IMG_3292.jpg 건축물 내부에서 바라본 전경. 지금은 저 원형공간에 분수대가 생겼다.

춘천으로 이사하고 나서 얼마 안 되어 코로나가 심해졌었고 극장이나 연습실에 가는 것이 힘들었다. 공연을 하더라도 비대면으로 하거나 야외나 극장에서 하더라도 인원제한규정을 준수하며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2020년도에 공연을 준비하면서 시기도 시기였지만 자연스럽게 상상마당의 야외가 떠올랐고 본래 공연장으로 조성된 무대가 아니었지만 상상마당 감독님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논의한 끝에 흔쾌히 공연을 허락해 주셔서 '섬'이라는 공연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전 글에도 밝힌 적이 있는데 처음으로 주최 주관한 공연이었기에 의미도 남달랐고 지금 생각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과 작업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IMG_5112.JPG 섬 공연의 한 장면.

춘천에서의 활동이 점점 많아지면서 다른 예술가와의 교류도 잦아지고 공연 또한 창작할 수 있는 기회를 감사하게도 여러 번 갖게 되었다. '섬'공연으로 시작한 인연으로 이후에도 2022년도에 '얼굴등등' 공연(장소이동형) 2023년도에 '꺼지지 않는 불빛 보이지 않는 죽음'(사운드홀 실내 공연) 공연을 상상마당에서 진행할 수 있었고 올해에는 야외공연장에서 '생추어리' 공연을 진행할 계획이다. 상상마당 춘천에서는 이름은 바뀌었지만 "춘천해 드립니다"(이전에는 "춘춘해 드립니다"가 사업명이었다.)라는 공간 지원사업을 매년 운영하고 있다. 대관료를 할인해 주고 홍보, 스태프 등을 지원해 주는 것인데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로서 큰 힘과 응원이 된다. 실제로 춘천에서의 삶과 예술 활동을 상상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0I5A2040.jpg 얼굴등등 공연 중. 춘천의 얼굴과 등을 떠올릴 때 이 장소가 생각났다.

가끔씩 춘천으로 놀러 오는 사람이 있으면 꼭 같이 방문하는 곳 중 하나가 상상마당이다. 긴 설명이 필요 없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곳의 상상마당은 잘 알지 못하고 KT&G를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상상마당 춘천에서 경험한 따스함이나 추억들은 춘천에서 계속 살아가게 하는 바탕이 되어주고 있다. 언젠가 춘천에 오게 된다면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기분 좋은 상상이 생겨나고 실현될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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