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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댄스(라당스)

Shall we DANCE?!

by 봄내춤

라스트 댄스라는 말은 마치 라스트 찬스 같기도 하고 마지막 무대, 마지막 순간을 뜻하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스포츠 분야에서 꽤 자주 쓰이며 마이클 조던의 NBA 마지막 시즌을 다룬 다큐의 제목이기도 하였고 메시가 마지막으로 국가대표로 출전한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라스트댄스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기도 했다. 본래는 무도회에서의 마지막 춤을 뜻하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으로 여겨지는 이 말은 그 자체로 낭만적이고 씁쓸하면서도 마치 화양연화처럼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경계에 있는 말처럼 여겨진다. 결국 모든 것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춘천 빈집 프로젝트를 통해 조성된 전환가게 '당신의 들판'에서 3년간 활동을 하고 마지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때 실제로 마지막 춤을 이제까지 같이 활동했던 사람들과 남기고 싶어서 전환가게 공간과 주변 골목을 배경으로 댄스필름을 촬영하였다. 나 나름대로의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기도 하였고 앞으로 계속 같이 춤을 추자는 의미도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댄스 필름 제목을 고민하다가 라스트 댄스는 중복되기도 하고 라당스로 결정하게 되었는데 라당스(La Danse)는 프랑스어로 춤을 뜻하는 단어로 그 단어자체가 주는 뉘앙스가 좋았다.


현대무용을 알게 되고 점차 배워가면서 들었던 의문 중 하나는 보통 외국에서는 춤이라고 하면 dance, danse, tanz 등 한 단어로 사용하고 장르에 따라서 다르게 이름을 붙이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특이하게 무용이라는 단어가 있어서 더 어렵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 입시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일본의 영향 같기도 한데 그 무용이라는 단어가 사람들과 더 다가가기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는 건 확실하다. 대학입시를 위해서 스트릿댄스 관련 과의 이름도 실용무용이라고 붙여지는 걸 보며 독특한 일관성에 놀라기도 하였다. 그래서 점차 무용이라는 단어를 잘 안 쓰기도 하였고 전환가게에서 활동할 때도 '아침을 여는 춤', '달밤에 댄스' 등 최대한 무용이란 단어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었다.


보통 현대무용을 아느냐는 얘기를 나누다 보면 엠넷에서 진행했던 댄싱 9 프로그램을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아니면 최근에 같은 방송사에서 진행한 스테이지 파이터를 보았다는 분들도 간혹 있다. 나도 두 프로그램 모두 애청자로서 열심히 보았고 한 명의 팬으로 본방사수를 하며 조금은 모니터링하는 느낌으로 시청하였었다. 안타까운 게 방송을 통해서 사람들이 현대무용을 알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좋았지만 반대로 멀어지게 하는 역할도 상당 부분 있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귀재답게 엠넷에서는 이 프로그램(스테이지 파이터)에서도 계급을 나누고 피지컬에서부터 시작하여 테크닉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무용을 더 동떨어진 세계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스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스타가 탄생하고 얼마 전 기사를 보니 공연계에서 무용 공연의 관객비중이 더 늘어났다는 고무적인(?) 글들도 보게 되었다. 하지만 공연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 무용에 흥미가 있어서 보러 가기보다는 스타를 직접 보기 위해서 극장으로 모여드는 느낌이어서 예전에도 느꼈던 데자뷔를 보는 듯하였다. 피지컬적으로 뛰어나고 젊고 잘 움직이는 사람들만 추는 춤이 무용인 것은 아닌데 말이다.


현대무용 분야에서는 공립단체가 두 군데밖에 없다. 국립현대무용단과 대구시립무용단이다. 한국무용이나 발레 쪽에서는 꽤 많은 공립단체가 있는 것에 비하면 무척이나 적은 숫자이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 다만 다양성의 영역에서 보았을 때 좀 더 다채로운 공연들과 독특한 예술분야들의 활동이 여러 곳곳에서 벌어졌으면 한다. 춤 관객을 늘리려면 제일 필요한 건 사람들이 춤을 출 기회가 많아야만 한다. 내가 춤을 춰야 즐거움을 알고 보는 즐거움도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전환가게에서의 활동을 마무리하며 라스트 댄스를 위한 영상을 남겼지만 그것은 계속해서 같이 춤을 추자는 나의 제안이었다. 다행히도 계속해서 춤을 같이 추고 즐거워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지금도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춤은 어렵지 않다. 무용도 어려운 게 아니다. 이미 당신의 몸은 춤추고 있고 많은 움직임을 기억하고 있다.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편하게 춤출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앞으로 더 다양하고 작지만 일상적인 춤판이 벌어지기를 바란다. 나도 계속해서 사람들과 함께 춤추고 싶다. 매일매일이 라스트 댄스인 것처럼 말이다.


https://youtu.be/Otdx32XhPB0?si=GUpO5pHoaXvPI0Ng

라당스(La Danse) 댄스필름 : 춘천에서 활동하는 길몽작가가 촬영을 하고 당신의 들판에서 함께 춤췄던 시민분들이 무용수로 참여했다. 기획 편집은 직접 내가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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