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지속하고 싶은가
언제부턴가 공모사업이나 사업설명회를 참여하면 자주 듣게 되는 단어가 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이다. ESG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지원사업신청란에 아얘 항목이 따로 있어서 필수로 작성해야 하고 가점이 걸려 있어서 '접근성'이라는 단어처럼 예술분야에서는 무척 중요한 용어가 되었다. 사실로 사업 오리엔테이션이나 워크숍에 참여하면 초반에 꼭 ESG강의를 듣게 된다. 비슷한 내용들을 들으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나는 어떤 부분들을 지속하고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고 싶은 걸까?
지난 글에서 나는 동물권에 대한 관심의 연장으로 비건을 지향한다고 얘기했었다. 비건을 지향한다는 것은 단순히 먹거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형태, 라이프스타일에 걸쳐 전반적으로 삶의 방향성을 전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이런 행동의 연장선에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이라는 동반자가 있다. 유명한 시의 제목처럼 껍데기는 가라를 외치며 알맹이만 판매하는 '알맹상점'에서부터 전국 곳곳에 제로웨이스트 샵들이 문을 열었었다. 춘천에도 카페 겸 제로웨이스트 매장이 생기거나 샵인샵 형태로 제로웨이스트 물품을 파는 곳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슬프게도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아서 문을 닫거나 업종을 변경하거나 지자체의 도움으로 운영되다가 잠시 휴업하는 한시적인 운영의 형태로 전환하게 된다. 한 때 무척이나 붐이 일어나서 어디 행사에 참여하거나 마켓이 열리면 세제를 리필해갈 수 있는 코너, 대나무 칫솔 나눔, 천연수세미 판매, 비누바, 고체치약 등 다양한 물품들을 저렴하게 구매하거나 행사 사은품으로 증정하였다. 도서관에는 상시로 세제를 리필해 갈 수 있는 기계까지 설치되었었는데 얼마 전엔가 방문했을 때는 몇 달째 점검 중이라며 사용을 못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라는 개념은 지속적이고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부분인데 이러한 것들이 정책에 의해 반짝 보여주기로 끝나거나 마치 그린마케팅처럼 활용되는 것은 무척 아쉬울 수밖에 없다. 단순히 선물로 주는 물품이 변화하고 보이는 이벤트가 있다고 해서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변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2023년도에 나와 아내는 댄싱온카페 푸른제비라는 이름으로 비건카페 겸 스튜디오를 오픈했었다. 아얘 유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작은 코너로 제로웨이스트샵, 셀렉트북 등을 판매하기도 하였다. 사람들이 거의 처음 물어보는 질문은 왜 '푸른제비'라는 이름으로 지었냐는 것이었다. 일단 단순한 카페나 스튜디오로 열고 싶지 않았고 예술과 사람, 사유가 있는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간을 준비하였는데 그 당시에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줄여서 제비라고 부르는 문화가 있었다. 둘이서 같이 그러한 문화를 알리고 싶기도 하였고 춤을 출 때 입는 옷을 연미복이라고 부르기도 하여 '제비아지트', '아트제비' 등 여러 이름을 거쳐서 푸른제비라는 이름으로 결정을 하였다. 생각만큼 카페와 활동을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아서 카페는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아 종료하고 지금은 아트 스튜디오로 사용하고 있다.
매년 새로운 작업을 지원하고 여러 공모사업에 떨어지면서도 운 좋게 선정되어 활동을 이어가면서 늘 드는 고민은 자립할 수 있을까? 어떻게 지원사업이 아닌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아마 대다수의 예술가들이나 활동가분들도 이런 고민을 할 것이다. 각 개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사회에서 책임져주지도 않고 결국에는 계속할 것인지 말 것인지 개인의 선택에 달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에 대한 해답으로 우리는 공간을 만들어서 운영해 보려고 시도하기도 하였고 자체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거나 다른 일을 찾아보기도 하였다. 해답을 찾고 싶어서 컨설팅에 참여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들어보기도 하지만 명확한 답을 얻을 수는 없다. 대신에 요즘은 무언가를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반감은 줄어들고 유연성이 늘어나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결국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과 함께 이루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향성을 잃지 않는다면 어떠한 흐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 흐름 속에서 나만의 그리고 우리만의 지속가능한 것들과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를 바란다.
춘천시 온의동에 위치한 예술가들의 작은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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