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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물인가

인간동물로서의 생각

by 봄내춤

2020년도초부터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라이프스타일에 변화가 있었다. 비건 지향으로 삶을 전환하면서 되도록이면 채식을 하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물품을 구매할 때도 동물의 희생이나 고통이 없을 것들 위주로 소비하려고 노력하였다. 사람들마다 채식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는 다양하다. 건강상의 이유나 동물과의 접점이 생겨서 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아서 일 수도 있다. 나같은 경우에는 책을 통해서 공장식축산의 진실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무언가를 알게 되자 나의 삶의 무언가를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초반에 읽었던 책들. 누구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 동물권에 관심이 없어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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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서의 삶이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채식을 하기에 좋은 곳이라는 것이다. 보리밥, 청국장, 동치미 막국수, 메밀전, 장칼국수, 두부요리 등등 맛있는 채식 로컬 맛집들이 있다. 혹시 춘천에 놀러오게 된다면 추천해주고 싶다. 채식을 시작하게 되면서 그 당시에는 서울로 일을 자주 다닐 때였는데 사람들이 걱정반 신기함반을 가지고 질문들을 하였다. '춤을 춰야 하는데 힘이 부족하지 않겠냐?', '이유가 도대체 뭐냐?' 처럼 근력이 부족해질거란 걱정과 동시에 왜 고기를 잘먹던 애가 이러는 것이지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물어보았다. 초반에는 질문을 받으면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하였다. 채식을 한다고 힘이 부족한게 아니다. 단백질 추앙은 자본의 계략이다. 공장식 축산이 얼마나 폐해가 심한줄 아느냐 등의 이유를 말했었는데 어느 순간이 지나니 나의 대답은 하나였다. 부당하다는 것이다. 같은 몸을 지녔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인데 그런 취급을 받는게 너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2002년에 미선이 효순이 사건을 보면서 그 부당함을 참을 수 없었던 것처럼 나 스스로는 지극히 논리적인 이유로 고기를 먹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가 직접 축산업 노동을 경험하며 겪은 현장을 책으로 엮은 고기로 태어나서를 읽어 보며 알고 싶지 않던 사실들을 알 수 있다. 나는 차마 끝까지 보지는 못하고 닭 부분까지만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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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인 '더 게임 체인저스' 상식을 뒤엎어주는 다큐로 재미도 있으니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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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는 스스로를 춤추는 동물이라고 표현한다. 인간과 동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가 계속 유지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이런 이분법적 사고는 충돌과 혐오, 이해관계를 형성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접점을 사라지게 만든다. 사람들에게 채식을 해야한다고 불편한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 편이다. 대신에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동물권에 대한 부분을 알리려고 하고 작품 활동을 할 때에도 주제 선정에 있어서 관련한 주제들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듯 하다. 춤을 추는 사람이다 보니 몸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가지게 되는데 세상에는 다양한 몸들이 있고 그 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비인간동물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고 인간동물에 대하여 안 좋은 감정을 가지거나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각자의 상황과 삶은 단편적이지 않기 때문에 한가지 잣대로 들여다보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먼저 각자가 스스로의 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더 움직여보고 감각하면서 다른 몸을 가진 존재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것이다. 주변에 대해서 관심과 관찰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동물이다. 살아있고 느낄 수 있는 존재들이 평안한 세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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