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아듀, 백설공주
“아름다움은 공포의 시작이 뿐이다.” - 릴케-
베아트리체 알마냐의 그림책. 아듀! 백설공주.
처음 책을 펼쳤을 때 작가의 그림에 놀랐다. (사실 책 크기만 봐도 놀란다)
내가 알던 흰 눈처럼 하얗고 예쁘고 아름다운 백설공주가 없다,
꽃과 나비가 나오는 배경은 볼 수 없으며, 어둡고 때론 무시무시한 이 책을 아이들이 봐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작가의 시적인 표현들과 특히 ‘무(無)로 되었어 ‘에서 한참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죽었어’, ‘한 줌 재가 되었어’가 아닌 ‘무(無)로 되었어’
일주일 동안 나는 삶과 죽음과 ‘무(無)’에 꽂혀 있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작가의 필력에 놀랐다.
그리고는 이 책의 시점에서 더 놀랐다. 1인칭도 아닌 3인칭도 아닌 시점.
이 책을 번역한 김시아 님의 북토크를 보면서 알게 된 시점은 기절할 만한 식스센스급이었다.
아름다움. 어리석음. 순진함. 선과 악. 욕망.
왕비는 왜 그렇게 아름다움에 집착했을까.
왕은 어쨌든 왕비가 마음에 들어서 결혼했을 텐데, 조금 더 이쁘다 해주지.
자세히 보고 가까이서 보니 더 아름답다 해주지.
왕이 잘못했네. 잘못했어.
분명 자신만의 아름다움이 있었을 텐데 욕망에 사로잡히다 못해 먹혀버린 것 같은 왕비가 안타깝기도 하다.
그리고 왕자가 죽은 백설공주를 보며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지금 봐도 외모지상주의의 끝판왕이다.
하인들이 관을 들고 가다 놓치는 바람에 목에 걸려있던 사과가 튀어나온 것을 본인이 구했다 는 뻔뻔함! 왕자는 뻔뻔함의 달인이라 하겠다.
백설공주와 왕자의 결혼식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왕비.
시대적 배경을 조금 더 안다면 백설공주의 이야기가 재미있어진다는 옮긴이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결혼식과 죽음. 새로운 출발과 끝.
그런데 대체 누가 악이고 선이란 말인가.
이 그림책은 곱씹을수록 말하고 싶은 것이 많아지는구나.
난 말이 없고 조용한 편인데...
그림책 하브루타수업, 마음수영에서 나눈 나의 질문은
내가 ‘아듀! 하고 싶은 것은’이었다.
아듀 하고 싶은 것.. 진짜.. 많다.
과거의 나, 삐뚤어진 인연들, 날씬해질 수 없는 몸,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이 모든 것을 한 단어에 넣으면 미련이라 하겠다.
내게 남아 있는, 질척거리며 붙어있는 미련들과 아듀! 하고 싶다.
- 오! 달이여, 하늘이여, 빙산이여, 창공이여! 드디어 그날이 되었어.
발끝으로 서서, 예정된 죽음을 마주하고, 나는 가장 무서운
소리를 내지를 테야.
내 얼굴은 시든 영혼의 색을 띠었어.
죽느냐 죽이느냐, 이제 둘 중 하나야.
- 모든 것이 예전처럼 되었어.
흙과 바람으로.
연기와 돌로...
그렇게 다시 ‘무(無)’로 되었어.
- 아듀! 백설공주 中에서 -
<아듀, 백설공주>는 선과 악이 구도를 넘어 아름다움과 추함, 젊음과 나이 듦, 인간의 욕망과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아듀는 ‘신에게로’라는 말입니다. 영원한 작별 인사를 할 때 ‘아듀’라는 말을 씁니다.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이 그림책은 그냥 <백설공주>가 아니라 <아듀, 백설공주>입니다. 백설공주 앞에 붙은 ‘아듀’는 우리에게 질문을 합니다. 우리는 무엇과 작별을 해야 하는 걸까요?
-옮긴이의 말 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