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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Apr 05. 2020

모녀의 첫 해외여행, 다음 여행도 계획 중

엄마와 함께 첫 해외여행,  올해도 계획 중

엄마와 나는 가끔 여행을 한다.

며칠 혹은 당일로 종종 다녀오곤한다.

가급적 엄마가 걸을 수 있을때 많이 다니고 싶지만 그게 또 마음대로 되지 않는것이 현실이다.


우리 모녀의 첫 해외여행은 엄마 나이 일흔다섯에서야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엄마는 엄마대로 해외로 나가고 나는 나대로 다녔는데 어느날인가 문득 엄마와 함께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하고싶어도 못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엄마랑 여행이 아닐까 싶었다. 

뭐 그리 바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서로 마음을 내지 못했다.

오래 비행기 타는 것도, 오래 걷는 것도 버거운 엄마를 위해 일본 규슈지역으로 패키지여행을 신청했다. 

그리고 엄마에겐 아주 잘 맞는 일정이었다.


                                   

대구 공항에서 이륙하는 비행기는 수많은 사연을 싣고 날아오르지 않을까

그 속에 엄마와 나도 모녀의 첫 해외여행이라는 기대와 설렘을 안고 2박 3일 여행길에 올랐다.

50분 비행 후 도착한 후쿠오카 공항.

첫날은 늦게 도착한 관계로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고 다음날 아침 시골정취가 물씬 풍기는 작은 온천마을

구로가와로 이동을 했다. 

쭉쭉 뻗은 삼나무로 가득한 산을 보며 엄마가 별세상 같다고했다.

엄마가 살고 있는 내 고향에서는 키 작은 소나무만 봤을 뿐인데 엄청 큰 나무가 산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 모습이 마냥 신기해 보였을 것이다.

눈이 내린 뒤라 온천마을은 더 멋진 풍경을 선사했습니다.

일행들이 구로가와 소에서 온천욕을 하는 사이 나와 가이드는 사진을 찍기 위해 마을 구경에 나섰습니다.

강을 따라 작은 료칸이 늘어선 고즈넉한 산골마을로 소박하고 아름다웠을 뿐만 아니라 작은 가게들이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유명한 크림빵도 몇 개 사고 다시 일행이 있는 온천으로 돌아오자 엄마가 “야야 크기는 작아도 온천물 정말 좋더라”라며 흡족해하셨다.

물론 전해 들은 말로는 "아이고 딸이 일본 온천 가서 캐서 왔더니 온천이 뭐 이래 조그만노"라고 해서 일행들이 다들 웃었다고 한다.

여성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한다는 유후인에서는 긴린코 호수를 배경으로 추억을 남겼다.

엄마가 오래 걷는게 힘들어 여러 곳을 가보진 못했지만  아기자기한 상품들을 팔고 있는 가게도 들어가 보고

금상 크로켓도 사서 나눠 먹었다.

무엇보다 길을 걷다가 고개만 들면 바로 앞에 보이는 높은 산이 또 시골 할머니 눈에는 신기했다는...

벳부로 이동해 유노하나 재배지와 가마도 지옥을 들러봤는데 온천 물색이 다르다는 사실에 울 엄마 또 놀라더라는... 

"신기하네 무슨 물색이 이렇노?"

그래 엄마가 놀라야 여행 온 맛이 나는거지.

특히 엄마는 바다를 연상시키는 코발트빛 온천수랑 붉은 온천수를 보며 감탄을 했다.

불편하게 앉아서 족욕도 하고 온천물에 삶은 달걀도 먹으며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마지막 날 규슈 속의 작은 교토라 불리는 히타 마메다 마치를 방문했다.

엄마랑 길을 걸으며 일본의 옛 건물양식도 보고 일본 전통 신발인 게타 가게 구경도 재미있었다. 

둘이서도 찍고 엄마 사진도 꽤 많이 찍었다.

일본 사람들이 학문의 신으로 모시는 스와 가라노 미치자네를 모신 다자이후 텐만구는 

규슈 지역에서도 규모가 가장 크고 특히 수험 철이면 합격을 기원하는 참배객들이 전국에서 모인다고한다.

줄이 길게 서 있어서 소 동상에 손을 댈 기회는 갖지 못했다. 

"저 소머리에 손대면 치매 안 걸릴랑가"라고 말해 웃음을 주는 우리 엄마.  

매화 모양이 새겨진 다자이후의 명물 우모가에 찹쌀떡도 사서 엄마랑 나눠 먹었는데 은근 입맛에 맞았다.

마지막 식사는 캐널시티에서 개별로 하는 거라 일본어가 안 되는 우리는 음식 사진 보며 주문하고 몸짓으로 의사소통하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음식을 가리지 않는 엄마 덕분에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멋진 분수쇼는 모녀의 첫 해외여행을 축하해주는 듯했다.

일행과 떨어져서 우리 둘만 있으니 울 엄마 갑자기 살짝 긴장한 듯 딸래미 팔을 꼭 잡는다.


걱정과 기대가 많았던 2박 3일 여행이 무사히 끝이 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엄마랑 약속을 했다.

걸어 다닐 수 있을 때 한번 더 여행을 하자고 말이다.

그리고 여행기를 잡지에 보냈더니 책에 실렸길래 엄마한테 한 권 갔다 드렸다.

"뭐 이런 걸 또 보내가 책에 나왔네"라며 누가 집에 올때마다 책에 실린 것도, 여행 간 것도 은근슬쩍 자랑하는 울 엄마.

이번 설에 가서 올해 어딜 가볼까 했더니 북경은 말고 중국을 한 번 더 가보고 싶다고 하신다.

북경은 친구분들과 다녀온 곳이기 때문이다.

상해나 계림 쪽으로 한번 가자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가 앞길을 막았다.

대만도 어떨까 싶기도하다.

나름 내 일의 비수기인 1월과 2월에 계획했는데 중국이 난리가 났으니 말이다.

덕분에 우리 집에서 일주일 푹 쉬다가 가셨다.

농사일이 시작됐으니 올해는 겨울이 되어야  엄마 모시고 비행기를 탈 수 있겠다.

엄마는 왜 딸은 하나만 낳았을까 싶네.

세 명쯤 낳았으면 넷이서 더 재미있을 텐데 말이다.

비행기는 못타도 엄마랑 여기저기 많이 다니며 맛있는것 먹고 싶다. 

엄마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랑 같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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