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치던 밤,
숲에서 방향을 잃었다.
형광색 비옷 입은 두 남자의
손전등 불빛에 눈이 부셨다.
“길을 잃었소?“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저런, 따라오시게.“
아까는 보지 못한 오두막이 보였다.
둥근 탁자 위
색이 다른 커피잔 여러 개
키 큰 남자가
금이 간 빨간 잔에
바람을 후후 불고 툭툭 털어
아까는 없었던 따뜻한 우유를 따라주었다.
“깨끗하니 걱정 마시오.“
“어디로 가는 길이오?“
키 작은 남자가 물었고,
“어디도 아닌 곳으로 갑니다”라고 하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밤이 늦었으니 자고 가시오.”
젖은 가죽부츠를 벗으며 말했다.
안내받은 문 없는 방
낮은 침대, 눅눅한 퀼트 이불
색 바랜 베개는 눕자마자 푹 꺼져
뒤통수가 침대에 납작하게 붙었다.
우유가 위장을 데우니
발끝까지 노곤해져 잠에 빠졌다.
꿈속에서 나는
바람 부는 사막을 달렸다.
모래 산 위에서 소변을 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나오지 않아 잠에서 깼는데
두 남자가 아직
식탁에 앉아 이야기하고 있었다.
처음엔 윙윙 바람소리 같더니
찌르르 찌르르 곤충소리로 변했고
방광이 부풀어 오를수록
말소리가 또렷해졌다.
”… 지구는 평평해.
그들은 세뇌당해 둥근 지구본을 만들었다.
세뇌당한 이들은 모두 삭제한다 …“
”… 도마뱀 인간을 낳았다.
그녀가 잠든 사이 남자는 아이의 심장에 작살을 찔렀다.
도마뱀 인간의 심장엔 작살을! …“
그들은 내가 듣는 걸 눈치챈 듯
목소리를 낮췄다.
그 소리는 숨소리가 되고
이내 찌르르 찌르르하더니
바람소리가 되어 멀어졌다.
두려운 중에도 다시 잠들었는지
사막으로 돌아온 나는
다시 달렸다.
달리고 달리다
모래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돌아보니
키 작은 남자가 도마뱀의 노란 눈을 하고
갈라진 혀를 날름대며 네발로 달려오고 있었다.
다시 일어나 달렸다.
달리고 달리다 돌아보니
모래바람 부는 허허벌판에 혼자 서있었다.
그제야 소변이 다시 마려워져
더 참지 못하고 바지를 내린 채 일을 봤는데
다리에 힘이 탁 풀리고
그 언저리가 뜨뜻해져 잠에서 깼다.
축축하고 온통 캄캄한데
바람이 귓불을 스쳐
몸을 일으켜보니
오두막은 흔적도 없이
메마른 비탈길 위에
찢어진 형광색 비옷을 깔고 누워있었다.
그제야 나는
어디도 아닌 곳에 이미 발 들였음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