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

by 디영

커다란 가방 멘

종잇장 같은 다리,

서늘한 집 안으로 들어간다


무거운 나무 의자

팔꿈치에 걸치고

숨을 잘게 쪼개며 거실로 간다,

텔레비전 가까이 의자를 둔다, 올라앉는다

차가운 등받이에 등을 기댄다


매일 보는 만화영화

오늘이 마지막 회,

주인공이 웃으며 손을 흔든다

“여러분, 이제 안녕—“


엉덩이가 저릿하다

발가락을 활짝 폈다 오므리고

활짝 폈다 오므린다

희고 찬 공기, 발가락 사이를 오간다


자막이 흩어져 얼굴 위로 흐르고

광고가

이어지고

이어지고

또 또 이어질 동안


무릎에 가지런히

주먹 쥔 손 위로 붉은 해가 지도록

가만히 앉았다

의자가 미지근해진다


살며시 의자에서 내려온

작은 발이

텔레비전 앞으로 간다

환한 빛이 웃도리를 가득 채운다

네모난 상자를 끌어안는다

따뜻한 화면에

볼을 기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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