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미세먼지가 불러온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단상

by 최익석bomiromi

바다 동남쪽 저편, 설악의 산등성이와 그 너머 동쪽 저편 하늘이 모두 뿌옇다. 연일 공기가 탁한 건 중국 등 국외에서 미세먼지가 유입된 데다, 고기압의 영향권에서 바람이 잘 불지 않아 대기가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기상전문기자가 전한다. 입자 크기가 작은 초미세먼지가 공기 중에 계속 떠있는데 그 농도는 세 제곱미터당 100 마이크로그램을 웃돌아 평소의 4배까지 치솟았다고도 전한다. 중국과 가까운 중서부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산맥을 넘어 이곳 항구도시까지 먼지에 점령당했다. 이제는 특별한 일도 아닌 다반사가 되었다. 환경에 무분별한 대륙에 붙은 반도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로서는 '먼지'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어버렸달밖에.

그제 한계령과 오늘 속초항. 미세먼지 농도가 더 심해졌다.


대기는 뿌~해도 볕은 좋아 커튼을 걷고 집안 먼지를 걷어내는 중이다. 빗자루로 쓸자니 먼지가 일어나는 것이 싫어 매번 3M의 미세먼지포나 스위퍼 더스터스(Swiffer Dusters)를 사용한다. 마눌은 다이소 청소기로 밀면 한 방에 깔끔히 먼지가 제거될 것을, 버려지는 먼지포가 환경에 더 안 좋다는 것을, 3M으로 먼지를 걷어 내더라도 청소기는 청소기대로 또 돌려야 하니 에너지는 이중으로 소모된다는 것을 잔소리로 귀에 따갑게 얹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청소기의 소음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나는 청소포로 사부작사부작 움직이는 것을 선호한다. 무생물인 먼지는 침대나 서랍장, 책상 밑 등의 틈새에 무지막지하게 내려앉는다. 잠시만 집을 비워도 그 사이에 먼지솜이 집안 구석구석에 교묘히 숨어있다. 미세한 틈 사이의 이들 먼지를 청소기로 어찌 제거할 수 있겠는가. 다행히도 설거지할 때와 마찬가지로 먼지포 작대기를 움직여 댈 때마다 묘하게 정화의 느낌을 갖는다. 일상 중 무념무상 수준의 경지에 이르는 경우가 바로 이 때다. 평상시 개수대 고무장갑을 좀처럼 마눌에게 맡기지 않는다. 작대기 또한 그렇다. 나라는 인간에게 마눌에 대한 배려란 나 좋아서 하는 일이다....라고 마눌은 말한다.


지난주 미국 국무장관 마크 루비오가 이마에 검은색 십자가 모양의 기름재를 바른 채 공식 석상에 나타나 화제가 되었다. 그 모양이 기괴(?)하여 미국 현지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구설수에 올랐다. 미신적이다라는 것이 제일 큰 이유였던 듯하다. 사정인즉슨,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는 그가(쿠바계 이민자의 자손이다) 사순절 첫날인 '재의 수요일(Ash Wed.)'의 의식으로 이마에 기름재를 바른 것을 지우지 않고 그 상태로 공식 석상에 선 것. 자신의 신앙에 대한 나름의 굳은 의지였을 터다. 문제는 공식 석상인 TV 기자회견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대해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입장을 지지하고 미국의 이익을 강조하는 자리였다는 것. 곧 ‘가자는 미국의 것’이라는.

마크 루비오

로마 가톨릭과 일부 개신교계에서 참회의 의식으로 재(灰, ash)를 이마에 바르거나 머리에 얹는 것은 초기 그리스도 교회에서부터 이어져 왔다. 11세기에 교황 우르바노 2세가 모든 신자에게 권고하면서 공식화된 것으로 기록은 전한다. 성경 속 근거는 구약에 일부(욥기, 다니엘서, 요나서 등)가 남아 있으나 신약에는 기록된 바 없다. 가톨릭의 경우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한 종려나뭇가지를 태워 만든 재를 '재의 수요일' 미사 중에 신자들의 이마나 머리에 바르거나 얹는다. 사제는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라는 말을 곁들이는데 이는 '사람은 흙에서 왔고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창세기 3,19)라는 가르침을 일깨우는 의미가 있다.

암튼, 마크 루비오는 세간의 이목을 개의치 않고 검은 십자가를 이마에 얹고 직무를 수행했는데 그 순간만큼은 무도한(?) 자신의 보스의 행태에 대해 대신 참회(속으로라도)했을 것으로 믿어 보자.


양자물리학에 의하면 우주 만물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보다 정확히는 '입자'(원자의 핵이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졌기 때문)라고 표현해야 하나 우주의 물질을 이해하는 데에는 원자나 입자나 전혀 문제 되진 않는단다.(김상우) 우주 역사 138억 년을 거꾸로 되돌리면 빅뱅에 이른다는 것은 21세기의 상식이다. 한 점 '먼지'가 대폭발 하여 오늘의 우주가 되었다는 것. 물론 빅뱅 이전의 세상은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아니, 영원히 모를지도. 단지 무에서 유가 나왔다는 것만 안다. 우주에는 92 종류의 원자가 존재하고 그중 75%가 수소라는 것도 안다. 지구상에는 특히 산소가 제1의 원자라는 것도 당연히 안다. 환원주의(Reductionism)에 의하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물질을 최종 단위까지 쪼개면 원자에 이르게 되고 그 원자만으로 우주의 모든 '존재'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원자를 다시 재결합한다고 하여 인간이 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현대 물리학이나 진화론은 무생물인 원자가 생명체인 세포가 되는 과정을 설명하지 못한다. 역시 영원히 설명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단세포가 다세포가 되고 그 다세포가 규명 불가한 복잡한 존재로서의 '인간'으로 진화하기까지 장대한 과정 또한 '끊김' 없이 설명하지 못한다. 인간은커녕 미토콘드리아가 되기까지도 설명할 수 없다. 원자로부터 시작하여 진화 단계별로 설명이 불가한 변이가 있고 그 변이에 대해 현대 과학(진화론)은 전적으로 '우연'에만 의존한다. 물리적 층위별로 발생하는 상전이(phase transition)나 생물학적인 '창발(emergence)'에 대해서도 현대 과학은 설명할 수 없다. 기체나 액체를 아무리 들여다보고 있어도 액체나 고체의 성질이나 특성을 상상할 수 없다. 세포를 또한 제아무리 들여다보고 있어도 '인간'의 모습을 그려낼 수 없다.(김상우) 물리학자는 '모른다'라고 한다면 진화생물학자는 '우연'이라고 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그들은 상전이나 특히 창발의 순간에 특별한 방향이나 의도, 의미는 없다고 믿.는. 다. 따라서 (무신론자일) 그들에게 신(神)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인간 세상이 미세먼지가 그득한 대기만큼이나 혼탁하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땅은 극단주의자들이 ’ 창궐‘하는 요지경이 되었다. 광장에서 무차별 막말을 쏟아내는 인사들의 눈과 얼굴에서 인간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괴수나 악마의 어스름을 본다. 공동체는 더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루비오의 보스 트럼프가 행하는 순간순간의 돌연변이적 행태로 국가 간 무역을 포함한 국제질서가 시계 제로다. 와중에 인간의 삶과 일상은 관심이 없는 듯하다. 남아 있는 건 탐욕과 악다구니(bawling, yelling)뿐이다. 덕분에 간밤의 미국 주식 시장은 코로나 창궐이래 최대의 폭락을 기록했고 오늘 한국 시장도 혼미, 혼절한 상태가 됐다. 한 푼도 안 되는 재산이 반 푼 어치도 못 되는 지경에 처했다. ’ 저들을 벌하소서…‘ 참회는커녕 나도 모르게 저주가 입술을 비집고 나온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고, 글쎄…’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시, 김현성 곡

이들의 세상은 양자물리학의 그것과도 닮았다. 바라보는(측정) 순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정적인 전자의 그것과 다름 아니다. 원자핵과는 달리 전자의 위치는 확률로만 알 수 있다는데 이들의 행태 역시 확률로만 측정하고 규정해야 할까. 허긴, 인간 자체가 존재의 의미와 이유를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이 과학만능주의(Scientism)의 요체이기도 하니 ‘인간 무시(경시)’ 풍조의 죄를 딱히 이들 극단주의자들에게만 물을 것은 아닐는지도 모른다.


덧.

천주쟁이로서의 나는 진화론적 유신론자.... 이어야 하나 차라리 자연신론(deism) 자에 가깝다. 인간의

삶에 일일이 개입하는 인격신보다는 집안(인간의 마음)에 자신의 흔적을 알알이 새겨 넣은 건축주로서의 절대자를 믿는다. 도킨스가 말하기를 "물을 타서 약하게 만든 유신론"이라는 바로 그 자연신론 속의 절대자인 질서와 순리. 예수는 그 우주 질서를 깨우친 선각자라고 믿는다. 불가해한 존재 '인간'을 '인간'으로 깨달을 수 있게 해 준 그의 말과 행동과, 그리고 그가 가져온 인류사의 변화(내가 기적이라 부르는)를 또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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