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하는 여자, 콩나물을 키우며

by 봄사랑 김춘애
KakaoTalk_20201123_163610182.jpg 1주일이 되니 콩나물이 이렇게 자랐다

지난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민센터 직원에서 콩나물 키우는 키트 하나를 선물로 받았다. 키트 안에는 작은 봉지에 담긴 검은콩도 들어있었다. 받았으니 그냥 버릴 순 없고, 집에 가지고 가 설명대로 차근차근하기 시작했다.


일단 콩을 살짝 씻어낸 후 물에 담가 하루를 재웠다. 다음날 아침에 콩을 물에서 건져 채반에 잘 핀 후 뚜껑을 닫아두고 오후엔 출근을 했다. 저녁에도 콩나물이 마르지 않게 살짝 물을 준 후 뚜껑을 잘 덮어 주었다. 수시로 물이 마르진 않았는지 확인을 했다. 애정을 듬뿍 담아. 그렇게 하루가 지나니 작은 싹이 보이고, 또 하루가 지나니 싹이 조금 더 자라고. 그렇게 1주일이 지나니 콩나물이 쑥 올라와 있는 게 아닌가.


시골에서 자란 나는 콩나물은 늘 집에서 길러먹었다. 큰 콩나물시루에는 콩이 있고 나뭇가지처럼 생긴 받침 아래 물이 담긴 큰 통이 있었다. 작은 바가지로 부지런히 통에 물을 시루 안에 있는 콩에 수시로 부었다. 보자기로 잘 덮어두고 마르지 않게 했다. 엄마가 장에라도 가시는 날이면 콩나물 물 주는 것 잊지 말라는 당부를 빼놓지 않으셨다. 기름이 묻은 손이나 더러운 손으로 물을 줬다간 콩나물이 다 썩으니 각별히 조심하란 당부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렇게 정성 들여 기르던 것이 콩나물이었다. 부지런히 물을 주면 쑥쑥 잘 자라 시루에 꽉 차곤 했다. 바가지를 들고 가 조심스럽게 한 움큼씩 뽑은 후 콩나물 국도 끓이고 무쳐서도 먹었다. 명절이 다가오기 전엔 특별히 더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데 콩나물이 빠지지 않았으니까.


이 작은 채반에 콩나물을 길러 뿌리를 자르고 껍질을 벗겨낸 후 잘 씻어 삶았다. 건져낸 콩나물은 참기름과 마늘, 간장을 넣고 잘 무치고 남은 건 파를 썰어 넣고 국을 끓였다. 적은 양이었지만 씹히는 콩나물이 제법 고소했다. 얼마 만에 집에서 기른 콩나물을 먹었던가.


어려서의 추억을 잊고 산지 삼십 년도 더 지났다. 그때의 그 추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엄마가 콩나물을 기르지 않은지도 한참이 지났다. 요즘은 엄마 집에서도 콩나물 시루는 찾아볼 수 없다. 곧 동네 장독 가게에서 콩나물시루를 사야겠다. 어려서 기르던 것처럼 콩나물을 길러봐야겠다. 추억이 담길테니 그 맛은 두배로 더 고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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