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수의 어느 하루
어제부터 심장이 두근거렸어요. 오늘 아침에 있을 구직 발표 때문이었지요. 홈페이지 공지를 문자로 잘 못 알고 오전 몇 시간은 문자 메시지를 기다렸답니다. 다시 공지 사항을 읽어보니 홈페이지에 공지, 얼른 해당 사이트를 접속했더니 결과 발표가 나 있더군요.
기대 반 두려움 반, 그렇게 결과 파일을 딱 열었는데 제 이름이 없더군요. 수험표를 다시 확인했어요. 그리고 다시 꼼꼼하게 확인했지만 이름은 없었어요. 1차 서류 심사에서 떨어졌어요. 아!
어쩌면 올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다음 여행까지 1년은 이일로 잘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아 내심 기대를 하고 서류를 냈던 자린데. 한없이 나약해지고 한없이 부족한 저를 다시 한번 느꼈지요.
기대가 커서 그랬을까요, 서운함에 눈물이 또르르. 어젯밤 마신 술로 침대에서 뒹구는 남자 친구에게 조용히 다가갔어요.
"자기야, 나 이번 구직 실패야 -_-"
술이 덜 깨 제대로 듣지 못할 것 같았던 남자 친구가 잠도 깬 채로 저를 꼭 안아 주었어요.
"괜찮아! 걱정하지 마, 괜찮아"
제 등을 쓰다듬고 꼭 안으며 저를 위로하는, 술냄새가 폴폴 났지만 그 위로가 무엇보다 따뜻하게 다가왔어요. 눈물 또르르 흘리고 나니 맘이 한결 편해졌어요. 그러게요, 어차피 안될 확률 50%는 안고 간 구직이었으니. 이런 코로나 시대에 능력 있는 백수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남자 친구의 위로에 힘입어 내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점심을 차리기 시작했어요. 남은 아보카도 하나를 가지고 아보카도 명란젓 비빔밥을 만들었지요. 남자 친구를 깨워 쓱쓱 비빈 후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습니다. 그리고 서둘러 동사무소로 아르바이트 출근 준비를 서둘렀어요.
저는 지난 7월 20일부터 용산구 희망일자리 사업으로 주민센터 4시간 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 12월 20일이면 이일도 끝이 나요. 내년 상반기에도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면 당분간은 이걸로 버틸 수 있겠지만, 4시간 아르바이트로 서울 살이는 녹녹지 않아요. 남자 친구가 무능력한 저를 많이 보태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요. 그래서 어찌 보면 전 참 행운이기도 해요.
2020년은 이렇게 지나갈 것 같아요.
세상의 모든 평범한 것들이 한없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코로나 백수의 오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