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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스무리 Feb 07. 2019

추억도 잃어버릴 수 있다

인별그램에서 갑자기 로그인을 하지 못하게 비활성화했다. 해킹 시도가 있었다는 말과 함께, 예전 독일에서 인턴 시절 사용하던 이메일 주소로 보안코드를 보냈단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이메일 주소를 확인할 방법은 없어서, 나름 열심히 해결책을 찾아봤으나 아직까지도 해결하지는 못한 상태이다.


추억은 잊혀지는 건데, 난 잃어버리게 생겼다.


유럽에서 찍은 사진들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꽤 많은 나라에서 꽤나 행복한 표정으로, 꽤 아름다운 풍광을 담았었는데.


사실 그보다는, 그 친구와 함께 한 많은 시간, 공간, 순간을 잃어버렸다. 애초에 인별그램을 비활성화한 이유가 그 세 가지 '나와 그녀의 사이 (간)'를 애써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지금의 초조함과 절망감이 우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추억도 저장이 되는 시대야, 친구들과 해맑게 이야기하며 좋아하던 나인데 정작 한순간에 추억을 잃어버릴 처지가 되니 지금의 편리함이 원망스러워진다.


영문학 수업 때 배웠던, 지금 생각해 보면 왜 프랑스 철학자의 사상을 공부했나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자크 데리다가 한 말이 떠오른다.


"부재함으로써 존재한다."


만약 인별그램에 다시는 로그인할 수 없게 된다 해도, 그 추억들은 내 곁에 부재함으로써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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