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울밴드

12화 우리가 서로를 부를 때

by 봄울

아이들은 그날
음악실에 모였지만
바로 연습을 시작하지 않았다.


드럼도,
기타도,
피아노도
자리에 있었지만
아무도 손을 올리지 않았다.


잠시,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루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댓글 말이야…
다들 봤지?”


아무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지만
아무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은찬이 드럼 스틱을 손에서 굴렸다.


“난…
자폐라고 쓴 거.”


말끝이 조금 흐려졌다.

민서가 장갑을 벗지 않은 채 말했다.


“난 손 얘기.”


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돌아가래.”


유셉은 아무 말 없이
기타 줄을 한 번 튕겼다.
소리는 나지 않았고
그저 손가락만 움직였다.


하나는 그 이야기를
말 대신 눈으로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크게, 참지 못한 웃음이었다.


모두가 놀라서 하나를 봤다.

하나는 종이를 꺼냈다.
그리고 휘갈기듯 적었다.


“우리 되게 인기 많다.”




은찬이 먼저 웃었다.


“야…

그건 좀 웃기다.”


민서도 피식 웃었다.


“맞아.
굳이 댓글 달아서까지
우리 얘기해주는 거잖아.”


루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우리
연예인인 거야?”


유셉이 말했다.


“아직은…
연습생?”


모두 웃었다.

그 웃음은
상처를 지우는 웃음이 아니라
상처 위에 덮는 웃음이었다.

잠시 후, 민서가 말했다.


“근데 있잖아.
난 여기서 내 손이 문제라고
느껴본 적 없어.”


은찬도 말했다.


“나도. 여기선
멈춰도 돼서 좋아.”


루이는 숨을 고르고 말했다.


“난…
노래 부를 때
내가 누구인지
설명 안 해도 돼서 좋아.”


유셉은 조용히 말했다.


“여긴
내가 아랍인인지,
크리스천인지
굳이 말 안 해도 되잖아.”


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또 적었다.


“그러면 됐지.”


그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을 시작했다.

이번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하나가 몸을 움직였고
은찬의 드럼이 따라왔고
민서의 피아노가 숨을 얹었고
유셉의 기타가 길을 만들었고
루이의 노래가 그 위에 앉았다.


그날 연습은
조금 더 길었고
조금 더 웃음이 많았다.


선생님은
문 밖에서 그 모습을 보았다.

들어가지 않았다.
부르지도 않았다.

그저 눈물이 맺힌 채로 속으로 말했다.


“아…
내가 지켜야 할 아이들이 아니라
이미 서로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였구나.”


그날 이후 봄울밴드는
댓글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노래를 더 연습했고
조금 더 재미있는 영상을 올렸고
조금 더 솔직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 태도가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아주 선한 방향으로.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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